▲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HBM을 자체 개발해 현지 고객사에 공급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CXMT DDR5 메모리반도체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CXMT가 인공지능 분야에 주로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자체 기술로 상용화해 고객사에 공급을 앞두고 있다.
미국 정부 규제로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BM을 수입하기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CXMT가 현지 기업의 수요를 독식하며 급성장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31일 중국 IT전문지 쾌과기에 따르면 CXMT는 현재 주요 고객사에 HBM2 규격 반도체 샘플 공급을 시작했고 내년 중순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전 세대인 HBM 규격 제품은 이미 상용화돼 공격적 생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쾌과기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상위 기업은 이미 HBM3E 양산에 들어갔고 HBM4 생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CXMT의 HBM2는 매우 중요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1위 기업인 화웨이가 주력 제품에 HBM2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인공지능 분야에 필수로 쓰이는 HBM 반도체 수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의 HBM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규제 조치를 결정하면서 관련 공급망에 상당한 차질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CXMT는 이미 미국의 제재를 예상해 자체 기술로 HBM을 상용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런 노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인 HBM 특성상 기술 장벽이 높아 성능이나 생산 수율 등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히 내재화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어 CXMT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CXMT는 이미 DDR5를 비롯한 D램 최신 기술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쾌과기는 씨티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CXMT의 DDR5 D램 수율이 초반에 40% 안팎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80%, 내년 말에는 90%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CXMT의 DDR5 생산 능력도 현재의 두 배인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준 월 10만 장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업황에 위협적 변수로 꼽힌다.
다만 쾌과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나노 미세공정으로 DDR5 D램을 생산하는 반면 CXMT는 17나노를 활용하고 있어 따라잡아야 할 기술 격차가 아직 크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