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22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무역 박람회에 설치된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AWS) 로고 아래를 방문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아마존이 자체 설계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기반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해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존은 향후 반도체 기술력에 높은 잠재력을 보일 공산이 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 아래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터 시스템 ‘울트라클러스터’를 개발했다는 점을 발표했다.
아마존으로부터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 80억 달러(약 11조2890억 원)를 투자받은 앤스로픽이 울트라클러스터를 활용할 고객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앤스로픽은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해 운영하는 곳이다.
애플 또한 아마존의 최신 AI 반도체 ‘트레이니움’에 기반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고객사다.
애플이 최근 선보인 생성형 AI 브랜드 ‘애플 인텔리전스’ 성능 고도화를 위해 학습시키는 과정도 아마존 클라우드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아마존은 AI 학습용 반도체인 트레이니움2 정식 출시 및 차세대 제품인 트레이니움3의 내년 발표 일정도 알렸다.
브누와 뒤팽 애플 AI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아마존의 트레이니움2를 시험해보고 있으며 현재보다 약 50%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시장 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AWS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33% 점유율을 달성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나 구글클라우드에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앞선 수치다.
아마존은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로 거두는 효과까지 본격화해 클라우드 사업 지배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세서가 7월19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연구소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이에 더해 아마존이 엔비디아 반도체에 보였던 높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효과까지 거둘 가능성도 거론된다.
AI 연산에 높은 성능을 보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가진 가격 부담과 물량 부족은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에는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올해부터 xAI와 같은 신규 기업까지 GPU 수주전에 가세해 엔비디아 제품 확보에 어려움이 치솟는 일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이 트레이니움 반도체를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면 클라우드 경쟁력을 높이고 엔비디아 의존을 낮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
MS나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도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고 클라우드 고객사를 유치하는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지만 이런 측면에서 아마존이 가진 잠재력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는 ”여러모로 보아 아마존은 AI 반도체 업계에서 유력 주자로 부상할 이상적인 후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2015년 ‘안나푸르나 랩스’라는 이스라엘 반도체 설계 기업을 인수한 뒤 이를 중심으로 자체 칩 제작을 추진했다.
이렇게 직접 설계한 반도체를 자사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탑재해 시험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빠르게 개선해 왔다.
외부 고객사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반응을 확인하느라 시간을 소모할 필요 없이 반도체 설계와 연산 그리고 보완까지 직접 수행할 인프라가 뒷받침된다는 점이 높은 경쟁력의 배경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은 18개월마다 신규 반도체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아마존이 엔비디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춰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자체 AI 반도체에 기반한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군을 넓혀 시장 경쟁력을 확고히 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아마존이 고객사에 최적화한 클라우드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AI 반도체 성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제기된다.
제임스 해밀턴 아마존 수석부사장은 블룸버그를 통해 ”고객사가 AWS를 수월하게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