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12-04 14: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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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렌탈이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에 사모펀드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해 진행된 SK렌터카 매각에도 사모펀드 경쟁이 펼쳐졌는데 이번 롯데렌탈 매각전도 사모펀드들이 적극적으로 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 롯데렌터카 매각전에 사모펀드들이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롯데렌터카 서울역 지점 전경. <롯데렌탈>
공유 서비스 확장으로 사업 기회를 넓힐 수 있을뿐 아니라 금리인하 시기에 맞춰 기업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4일 투자은행업계(IB)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매각을 위해 UBS를 주관사로 선정해 원매자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렌탈 지분에서 호텔롯데(37.8%), 부산롯데호텔(22.8%) 지분을 합산한 60.6%가 대상으로 전날 기준 시가총액(1조1576억 원) 기준 7천억 원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의 전체 기업가치를 2조5천억 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매각되는 지분의 가치는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확충을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해 롯데렌탈 가치를 높게 책정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사모펀드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 2파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 밖에 IMM프라이빗에쿼티, 칼라일이 롯데렌탈 인수전에 참여할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과거 렌터카사업 인수를 시도했거나 사업운영을 한 경험이 있는 사모펀드들이다. 렌터카사업 성장성과 파생 사업을 통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들이 롯데렌탈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요인으로는 1위 사업자라는 입지와 금리인하 시기에 기업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렌터카는 상품자체에 차별화를 두기 어려워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덩치가 커지면 조달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고 대규모 구매 등을 통해 경쟁사보다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렌터카업체는 완성차업체와 협의를 거쳐 구매 할인을 받는데 대형업체 할인폭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리인하 시기에 렌터카업체들의 실적이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렌터카 사업모델은 대규모 차입을 통해 차량을 확보하고 렌탈료로 이자비용을 충당하다 렌터카를 중고차시장에 매각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은 차량을 매입할 때 100% 차입을 사용하고 있어 이자비용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금리인하 수혜를 볼 수 있고 2026년 본격적으로 마진이 확대되는 구간에 진입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조달비용이 낮아지면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렌터카 대수 증가율도 2020년 9.62%, 2021년 7.13%, 2022년 7.70%, 2023년 1.08%로 높은 수준이다. 산업자체 성장성도 양호하다는 뜻이다.
롯데렌탈은 중고차사업 다각화를 통해 2조7천억 원 수준인 매출을 2028년에 4조 원대로 올려 놓는다는 중장기 경영목표도 세워뒀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는 올해 6월 SK렌터카를 8200억 원에 인수한 어피너티가 꼽힌다. 당시 SK렌터카 매각전에는 어피너티와 IMM프라이빗에쿼티,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참여했는데 어피너티가 SK렌터카를 거머쥐었다.
어피너티는 2015년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롯데그룹이 가져가면서 사명이 바뀌었다. 롯데그룹은 KT렌탈을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치보다 높은 1조20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어피너티는 렌터카사업성을 높게보고 SK렌터카를 인수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소유 개념이 옅어지고 있고 렌터카사업모델에서 파생될 수 있는 에프터서비스, 차량 데이터·수집 관리 등 파생되는 사업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어피너티가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16% 점유해 2위인 SK렌터카에 이어 21%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 롯데렌탈을 거머쥔다면 렌터카사업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롯데렌탈이 자동차 공유 플랫폼 ‘쏘카’의 2대 주주인 만큼 어피너티의 사업 확장 전략에 속도가 날 수 있다.
▲ 2024년 6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IMM프라이빗에쿼티,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제치고 SK렌터카를 품었다.
렌터카사업에서 다소 아쉬운 수익을 거둔 MBK파트너스가 롯데렌탈 매각전 어피너티의 대항마로는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렌터카사업에서 수익실현을 빠르게 단행해 큰 수익을 놓친 경험이 있다.
롯데렌탈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미국 렌터카업체 허츠(Hertz)와 제휴를 통해 탄생한 ‘금호렌터카’가 시작이다. 이후 KT에 인수되고 롯데에 매각되면서 롯데렌탈이 됐다.
MBK파트너스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자산매각 과정에서 KT와 손잡고 금호렌터카 지분을 50%씩 나눠서 가지기로 하고 총 3천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2년 MBK파트너스는 KT렌탈을 KT에게 2200억 원에 매각했다.
MBK파트너스가 짭짭한 수익을 올렸지만 KT는 이후 롯데그룹에 KT렌탈을 매각해 거둔 이익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KT렌탈이 매물로 나왔을 때 다시 인수에 나섰지만 롯데그룹이 더 높은 매각가격을 썼다.
한편 롯데그룹이 롯데렌탈 매각을 두고 현재 시장가치보다 2배에 이르는 가격을 원해 매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반도체특수가스업체 인수전(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에어프로덕츠코리아)에서 사모펀드와 그룹사 사이 가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매각이 철회된 사례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 매각을 두고 렌터카사업 자체 성장성에 더해 금리가 낮아지는 우호적 경영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 사모펀드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그룹사와 협상이 결렬된 사례도 있어 가격 조정이 관건이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