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28일 서울시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으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28일 서울시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는 애초 오전 10시에 개회할 예정이었으나 오후 2시30분이 넘어서야 시작됐다.
임종윤·임종훈 형제측과 3인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측이 각각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행사를 위해 확보한 위임장을 집계하고 주주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3인연합측은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송영숙 회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 소속 이숙미 변호사는 “주주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다”며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 가운데 투표를 미리 하고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주주총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출석한 총 주식 수를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 집계 중에 있다”며 “절차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양해 부탁드린다”고 요청을 거절했다.
개회 선언이 지연되면서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한 주주는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달라”며 “주주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것이 아니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오후 2시31분에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개회 선언으로 임시 주총이 시작됐다.
이번 임시 주총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미사이언스 발행주식의 84.68%(5734만864주)가 참석했다.
▲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교통회관에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28일 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
개회 선언이 된 이후에도 3인연합 측과 형제 측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숙미 변호사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5인이 선임되고 임종훈 이사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핵심 사업사회인 한미약품에 대한 경영 간섭과 부당행위가 반복되고 있어 한미약품그룹의 안정적 성장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에 정관 변경 및 이를 통한 이사 2인 선임을 통해 임종훈 대표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고자 소집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고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하는 사람으로서 주총 진행에 있어 상당한 행정 미숙이 있는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3인연합 측은 집계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어제 집계표를 다 정리해 전달했고 미팅도 신속하게 끝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개회가 시작되고 난 이후 투표는 신속히 진행됐다.
임시 주총은 비록 4시간30분 지연 끝에 시작됐지만 모든 안건을 처리하는 데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안건 상정과 토론 과정에서 소액주주 사이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을 토의하는 과정에서 한 주주가 신동국 회장의 불참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신동국 회장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이종훈씨는 “(신 회장이) 일정이 맞지 않아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주주가 “신동국 회장이 불참한 구체적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는데 이와 관련해 “의안과 상관없는 내용이니 빨리 투표하자”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 안건이 부결됐다. 이사회 정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정관 변경안건이 찬성 57.89%를 받아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는 3인연합의 제안으로 주총에 안건으로 올라간 것이다. 3인연합은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새 이사 2명을 선임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 안건이 부결되면서 3인연합의 시도는 좌절됐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측 인물 5명과 3인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측 인물 5명으로 구성됐다. 3인연합에게도 절반의 성공이 있었던 셈이다.
한미사이언스 경영 측면에서 보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형제측과 3인연합측 인물이 각각 5명씩 이사회에 포진하면서 중요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사회에서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을 할 때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데 동수로 구성되면 이사회 의사결정이 마비될 수 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는 사실상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