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4-11-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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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외국산 캐주얼 게임들이 인기를 끌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기존 구도를 흔들고 있다.
22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 상위권을 살펴보면 외국산 캐주얼 게임들이 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 일본 포켓몬 카드 게임 '포켓'은 지난달 출시된 뒤 빠르게 매출 인기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포켓몬 컴퍼니>
11월 말 출시된 로그라이크 장르 모바일게임 ‘궁수의 전설2’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 ‘그만쫌쳐들어와 : 디펜스 게임’, ‘포켓몬 카드게임 포켓’, ‘드래곤빌리지 어드벤처’, ‘카피바라 고!’, ’Horror Spranky Beats', ‘피크민 블룸’, ‘블록게임’, ‘외계인은 배고파’, ‘고스톱M’이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인기순위 대부분을 캐주얼 게임이 차지했다.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두드러진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주(11~17일) 통합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서 ‘카피바라 고!’와 ‘포켓몬 카드게임 포켓’이 각각 7위와 8위를 기록하면서 ‘오딘: 발할라 라이징’, ‘리니지W’ 등 국내 유명 MMORPG보다 매출 순위에서 앞섰다.
주간 매출 상위 10개 게임 내 MMORPG 장르 게임은 리니지M(2위), 오딘: 발할라 라이징(9위), 리니지W(10위) 등 3개에 그쳤다.
반면 캐주얼 스타일로 분류되는 '리스트 워: 서바이벌'(1위), 'WOS화이트아웃 서바이벌'(4위), '로얄 매치'(5위), '브롤스타즈'(6위), '카피바라 고!'(7위), '포켓몬 카드게임 포켓'(8위) 등이 대세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 등 해외 게임사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라스트워: 서바이벌, WOS화이브 아웃 서바이벌 등은 중국에서 개발됐다. 브롤스타즈는 핀란드의 슈퍼셀, 로얄매치는 터키의 드림게임즈가 출시했다. 카피바라 고!는 중국 출신 개발자들의 싱가포르 게임사 하비(Habby)가, 포켓은 일본 게임사가 각각 개발했다.
이 가운데 포켓은 지난 10월 말 출시된 뒤 빠르게 순위권에 진입했다.
포켓은 포켓몬 카드게임의 모바일 버전으로 카드 수집형 게임이다. 포켓몬 카드게임보다 더 단순한 규칙을 적용해 간단한 조작으로 누구나 쉽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개발사는 크리처스, 유통은 포켓몬 컴퍼니에서 맡는다.
이 게임은 포켓몬스터란 강력한 IP를 바탕으로 짧은 플레이 타임과 간단한 규칙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 싱가포르 게임사 하비가 지난 10월23일 출시된 모바일게임 '카피바라 고!'가 최근 국내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비>
카피바라 고!도 지난 10월 말 출시된 뒤 상위권에 진입했다.
어드벤처 로그라이크 게임으로 카피바라를 간단한 방식으로 조종해 광야를 탐험하는 게임이다. 캐주얼 게임 ‘궁수의 전설’, ‘핀볼도사’, ‘탕탕특공대’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싱가포르 하비사가 출시했다.
카피바라라는 귀엽고 독특한 캐릭터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플레이 방식, 간편한 게임 구조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또 라스트 워: 서바이벌, 로얄 매치, 브롤스타즈 등 해외 캐주얼 게임 흥행이 장기화하면서, 모바일 캐주얼 게임 열풍 흐름이 단순한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게임 이용자 성향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스낵컬처'(스낵처럼 짧은 시간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소비 트렌드)에 익숙해진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 10~40대 초반) 이용자에 캐주얼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캐주얼 게임은 단기 흥행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캐주얼 게임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등 이용자 성향 자체가 변하고 있다”며 “숏폼, 웹툰, 웹소설 등 스낵컬처 방식의 소비가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게임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사들은 대체적으로 대형 신작에 시간과 개발인력 등 역량을 집중시켜 출시하는 경향이 강해 캐주얼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며 "침체된 국내 게임 시장에서 외국산 캐주얼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만큼 국산 게임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