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설비 이용량 변화 추이. 검은색은 터미널 전체 용량, 노란색은 가스공사가 언론에 밝혔던 임차 용량, 붉은색은 가스공사가 파악한 실제 이용량이다. <기후솔루션>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최대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터미널이 좌초자산이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좌초자산은 투자가 진행된 뒤 시설의 수명이 끝나기 전에 더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자산을 말한다.
5일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한국가스공사가 충청남도 당진시에 건설하고 있는 LNG 터미널이 변화한 국내외 정책 환경과 가스 수요 감소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 좌초 리스크가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분석은 가스공사가 김교홍, 박지혜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참고해 진행됐다.
분석 자료들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민간 임차 물량 기반 이용량은 사업을 시작하고 향후 10년 내로 4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당진 LNG 터미널 건설 사업은 석문국가산업단지에 120만 톤 규모 저장탱크를 확보하는 것을 포함한다. 한국 전체 LNG터미널 증설 계획 합계 299만 톤의 40%에 달하는 용량이다.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가스공사가 건설하고 소유하나 터미널 용량 가운데 절반을 민간에 임대해 임대료를 수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사업비 2조6300억 원은 가스공사가 자체 조달한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탄소중립 흐름이 확대되고 있어 과도한 LNG 터미널 건설은 좌초자산화 우려를 높인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천연가스 수요는 2050년에는 2030년 대비 7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도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르면 2036년 기준 가스 소비는 3766만 톤으로 계획돼 2023년 4509만 톤 대비 15% 줄어든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계획까지 포함된다면 감소 추세는 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
현행 계획대로라면 한국 LNG터미널 이용률은 29.48%가 되는데 2036년에는 19.78%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정 이용률이 확보돼야 경제성이 확보되는 LNG터미널 사업 특성상 현재 계획대로라면 가스공사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교홍, 박지혜 의원실에 제출된 가스공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민간 시설이용자와 맺은 공동이용 임대율은 2026년 142.6만 킬로리터에서 2036년에는 40%대인 43만 킬로리터까지 급감할 것으로 파악됐다. 20년 뒤인 2047년에는 민간 이용 계약이 모두 만료된다.
김서윤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가스공사가 쌓여가는 미수금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당진 LNG터미널 사업에 자금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무책임한 의사결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과 가스 수요 하락 전망을 의사결정에 반영해 사업 타당성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