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성묵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자산 부실화와 차액결제거래(CFD) 및 펀드 보상 등 비용이 발생해 적자로 전환했다가 올해 들어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 대표가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한다면 초대형투자은행(IB) 인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강성묵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
30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증권은 자산관리(WM)과 전통 기업금융(IB)분야에 집중해 수익성 회복에 힘을 싣는다는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증권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50억 원, 순이익 506억 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낸 뒤 올해 1분기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모든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 속에서 투자자산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이뤄졌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경영을 정상화한 영향이라고 하나증권은 설명했다.
하나증권의 영업이익을 보면 지난해 3668억 원의 적자를 본 뒤 올해 1분기 1090억 원, 2분기 517억 원, 3분기 350억 원을 거둬 올해 누적으로 195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6500억 원 규모의 충당금과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차익결제거래(CFD) 충당금과 펀드 보상금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형증권사와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 부동산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몸집을 빠르게 불렸다. 이후 부동산시장 냉각에 따라 경쟁사 대비 큰 타격을 입으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강 대표는 올해 초 신년행사에서 ‘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턴어라운드’를 중점 추진 사항으로 꼽았을 만큼 수익성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를 위해 하나증권은 올해 초 자산관리과 기업금융부문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WM부문은 지역 영업력을 키우기 위해 지역본부를 신설하고 IB부문은 전통 IB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부문을 나눠 조직을 재편했다.
지난해 11월 IB그룹장으로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영입한 데 이어 올해 초 김현호 전 DS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기업금융본부장을 신규 선임하는 등 전통 IB부문 강화를 위한 외부인재 수혈에도 힘을 실었다.
이에 하나증권은 올해 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APR) 등 대형 기업공개(IPO)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리고 현대백화점과 GS에너지 등 회사채 발행업무를 수행하며 기업금융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나증권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여해 첫 공개매수 주관도 따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에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위해 881억 원을 대출하며 백기사 역할을 맡았다. 주관수수료 9900만 원에 더해 6개월 만기 5.7% 금리 대출로 25억 원의 이자수익을 확보했다.
기업금융분야 확대에 더해 실적 개선에는 하나금융의 지원도 큰 보탬이 됐다. 하나금융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하나증권에 2조7천억 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했고 2023년 1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인수했다.
하나증권이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비은행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던 하나금융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강 대표가 실적 개선을 발판 삼아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강 대표가 올해 2월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만큼 계열사 이익 비중을 늘리려는 그룹과 시너지를 창출도 기대된다. 하나금융지주가 대표이사 회장과 은행장을 비상임이사로 뒀던 점을 고려하면 강 대표가 내부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하나증권이 초대형IB 인가에 도전하고 있다. |
강 대표가 연임을 확정짓는다면 초대형IB 진출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만만찮지만 인가를 받는다면 5번째 초대형IB로 등극해 발행어음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2배 규모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 자금을 통해 채권투자, 기업대출, 부동산 등 여러 분야에 투자해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초대형IB 인가 신청서를 금융당국 제출한 하나증권이 올해 초대형IB 인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상품 운용 과정에서 불법 자전거래를 한 정황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3개월 영업정지 징계를 6월 결정했기 때문이다. 징계 확정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르면 11월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징계가 확정된다면 초대형IB인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월 초대형IB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인가가 늦춰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모든 사업부문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연간 기준으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꾸준히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