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제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이 떠오르면서 팹트론과 인벤티지랩 등 관련 바이오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치료제보다 투약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차별화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에서는 펩트론과 인벤티지랩 등이 주목받고 있다.
2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회계법인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67억 달러에서 연평균 48.4%씩 늘어 2028년 480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확대에 힘입어 비만치료제도 종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기관 모닝스타에 따르면 앞으로 5년 안에 16개 비만치료제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비만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젭바운드’. 두 치료제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 치료제 특징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계열의 약물로 인체에 있는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 관련 호르몬 계열이다. 후발주자들로서는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품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투약 편의성을 개선하거나 투약 주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경우 피하주사형태로 일주일 1번 투약하는 방식인데 투약 주기를 늘리거나 복용 방법을 경구용으로 바꿔 투약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투약 주기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이 핵심으로 여겨진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매일 복용하거나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1~3개월에 한 번 주사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제형의 의약품을 말한다.
약물을 주입해 장시간에 걸쳐 혈액을 통해 약물을 방출하거나 분자 구조를 확장해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나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도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사진)’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에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펩트론과 인벤티지랩이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펩트론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인 ‘스마트데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데포는 생체 분해성 고분자를 활용해 약물을 일정 기간 동안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하는 기술로, 기존 주사제보다 투약 간격을 늘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펩트론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에는 일라이릴리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 연구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미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체적 비만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IVL-드럭플루이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드럭플루이딕은 마이크로스피어를 이용해 약물(API)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지속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형화 기술을 말한다. 이를 통해 기존 치료제 대비 약물의 체내 지속 시간을 늘리고 투약 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인벤티지랩은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비만 치료제를 포함한 다양한 적응증에서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두 기업이 세계적 제약사와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 점은 이미 기업가치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 연구개발 결과에 따른 추가적 기술수출까지 이어진다면 시장에서 다시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펩트론 주가는 2024년 10월 4만 원 안팎으로 형성되다 일라이릴리와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을 때 12만 원을 훌쩍 넘겼다. 최근에는 9만 원 안팎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인벤티지랩도 기업가치 상승 동력이 됐던 베링거인겔하임이 지투지바이오와 손을 잡게 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인벤티지랩 주가는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2만5천 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1만5천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장기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실제 기술수출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바이오산업 평가도 한 단계 상향될 수 있는 계기가 될”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