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인텔 인수를 추진한다면 50%에 이르는 기업가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DX1 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경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재무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파운드리 사업이나 회사 전체를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하며 사업 확대 기회를 엿보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더 적합한 인수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25일 포브스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트레피스는 보고서를 내고 “퀄컴보다 엔비디아가 인텔 인수에 훨씬 유리한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트레피스는 퀄컴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00억 달러(약 13조3700억 달러) 미만에 그치는 반면 엔비디아는 350억 달러(약 46조4천억 원)에 이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인텔 시가총액은 24일 종가 기준으로 약 973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트레피스는 인텔의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기술과 CPU 시장 지배력이 퀄컴보다 엔비디아에 더 값진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엔비디아와 인텔의 기술이 시너지를 내면 인공지능(AI) PC용 CPU 등 분야에서 경쟁사인 AMD에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협력해 자체 CPU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엔비디아는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한 적도 있지만 각국 독점규제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인텔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레피스는 인텔 주주 입장에서도 퀄컴보다 엔비디아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선택지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엔비디아가 인텔의 경영 위기 개선과 성장에 훨씬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
인텔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면 엔비디아가 대만 TSMC에 반도체 공급망 의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인수합병 추진의 이점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등에 쓰이는 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 협상에서 다소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반면 엔비디아가 인텔의 반도체 제조 기술과 설비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며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진다.
트레피스는 TSMC 첨단 반도체 공장이 모두 대만에 있어 중국과 지정학적 갈등에 취약하다는 점도 엔비디아가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할 이유로 꼽았다.
엔비디아가 인텔 인수를 통해 다방면으로 시너지를 낼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트레피스는 엔비디아가 인텔을 인수합병한 뒤 얻게 될 경제적 이득을 고려한다면 현재 시가총액에 50% 상당의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전했다.
다만 트레피스는 현재 시점에서 인텔과 주주들이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라고 바라봤다.
엔비디아가 인텔 인수에 관심을 보일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인수합병을 위해 투자하는 금액 대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조심스럽게 따져봐야 할 문제기 때문이다.
과거 ARM을 인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의 인텔 인수 시도가 전 세계 반독점규제 당국의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로 남아 있다.
다만 인텔이 자율주행 반도체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파운드리 등 일부 사업을 외부에 매각해 단기간에 대량의 자금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트레피스는 인텔이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모두 ‘턴어라운드’에 성공한다면 주가가 3배 가까이 상승할 잠재력을 안고 있다고 바라봤다.
반면 이런 전략이 실패한다면 주가가 10달러 안팎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24일 미국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22.8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