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랜드월드 패션사업부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패션업계가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랜드월드 패션사업 부문은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와 대표적 SPA브랜드 '스파오'의 인기가 지속하고 있어서다.
▲ 뉴발란스 대표 모델 '뉴발란스530'. <이랜드> |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3조 원 돌파가 유력한 이랜드월드가 올해도 매출 신기록을 새롭게 쓸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매출은 2021년 2조5392억 원, 2022년 2조857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누적 매출 2조3261억 원을 냈다.
지난해 패션부문 매출이 1분기 8296억 원, 2분기 7735억 원, 3분기 7230억 원을 낸 만큼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외형성장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랜드월드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는 '뉴발란스'다.
이랜드월드는 2008년 뉴발란스 미국 본사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과 중국의 뉴발란스·뉴발란스키즈 판권을 가지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2008년 한국 뉴발란스 운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매출은 25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2010년부터 성장세를 보였고 2020년 5천억 원, 2021년 6천억 원, 2022년 7천억 원, 2023년 9천억 원으로 성장했다. 이랜드 패션부문 매출 3분의1 정도를 뉴발란스가 내고 있단 얘기다. 최근 3년 동안 매출 성장률도 2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 제품 ‘뉴발란스530’은 ‘국민 신발’로 불리며 지난해에만 70만 족 이상이 판매됐다.
일부 인기 모델은 판매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정판 리셀 사이트 ‘크림’에 따르면 뉴발란스992 그레이 색상은 54만 원에 거래된다. 해당 제품 출시 가격은 25만9천 원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뉴발란스 제품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뉴발란스992는 2006년 첫 출시 후 애플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신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일각에서는 뉴발란스가 올해 국내 ‘1조 클럽’ 입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패션 브랜드 가운데 1조 클럽에 입성한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유니클로 등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중국에서의 성장세도 이랜드월드 실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3년 3900억 위안(약 71조8600억 원)에서 2025년에는 4500억 위안(약 82조92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신생아 수가 줄고 젊은 고소득층이 경제를 주도하면서 자녀에게 좋은 제품을 사주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패션에 대한 눈높이가 점점 올라가고 K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아동복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고 말했다.
뉴발란스 아동라인인 ‘뉴발란스키즈’ 매출이 중국 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내 뉴발란스키즈 매출은 2022년 650억 원, 2023년 9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뉴발란스키즈 매출이 2022년 1900억 원, 2023년 2천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 이랜드 대표 SPA브랜드 스파오도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이랜드 매출에 기여하고있다. 사진은 스파오 치바오완커점. <이랜드> |
하지만 성장률을 놓고 보면 중국 시장 성장률은 38.4%로 국내 시장 성장률보다 7배 이상 높다. 여러 한국 기업들이 철수한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 뉴발란스키즈 매장은 올해 2월 기준으로 320개다. 이랜드월드는 올해 안에 중국 뉴발란스 매장을 150개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뉴발란스키즈는 신발부터 의류까지 모든 제품을 이랜드에서 생산·기획·판매하고 있다”며 “국내와 중국 뉴발란스키즈 제품은 글로벌 디자인과는 전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상, 사이즈 등을 고려한 현지화 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뉴발란스키즈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월드 대표 SPA브랜드 스파오도 2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스파오는 2021년 매출 3200억 원, 2022년 4천억 원, 2023년 48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률이 각각 전년과 비교해 2022년 25%, 2023년 20%를 기록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의류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저가형 SPA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파오는 주요 고객층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 1020세대 중심의 상품구성에서 아동을 비롯해 40·50대를 타깃으로 한 상품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파오는 고객층 확대를 위한 전략의 하나로 지난해 9월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에이지리스’ 모델로 리뉴얼했다. 10대와 20대를 겨냥한 기존 매장과 달리 모든 연령대를 고려한 기본 라인 상품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스파오에 따르면 실제 기본 라인 상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매출은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라이트자켓은 357%, 플리스는 52%, 푸퍼는 30%가 증가했다.
스파오는 매장 수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108개였던 매장을 올해 150개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중국 시장에는 직진출 매장도 운영 중이다. 상품 라인업, 인테리어, 가격 정책, 매장 운영방식 등 모든 요소가 국내와 동일하다.
중국 직진출 매장에서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스파오 중국 직진출 매장인 치바오완커점은 새 단장을 마친 지난해 3월 기준으로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2배 늘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올해는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뉴발란스와 스파오 등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