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2-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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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시정비 시장 곳곳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사비 문제는 시공사 입찰 단계의 사업장이나 착공을 앞둔 단지를 가리지 않는다.
건설공사에 들어가는 기반 비용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어 건설사와 조합이 시각 차이를 좁히기는 갈수록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사업 조감도. <서울시>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단계에 있는 주요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건설사와 조합 사이 공사비 이견에 유찰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사업조합은 28일 2차 시공사 선정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연다.
앞서 16일 마감한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사업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지난해 말 입찰참여 의향서를 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2파전이 유력하다고 점쳐졌지만 두 건설사 모두 입찰을 포기한 것이다.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조건으로 3.3㎡당 공사비 809만 원을 제시했다. 송파구는 강남3구에 속해 입지가 우수한데다 조합이 송파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했는데도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초구 신반포27차 재건축사업 시공사 입찰도 3.3㎡당 공사비로 907만 원이 제기됐지만 역시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3.3㎡당 공사비 760만 원이었던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사업은 2차례,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사업은 3.3㎡당 공사비 840만 원에도 3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포스코이앤씨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 2차 시공사 선정 역시 조합이 내놓은 3.3㎡당 공사비 730만 원 탓에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은 모두 3천 세대 규모로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가운데 가장 크고 마지막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어 건설사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공사비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미 시공사를 선정하고 착공을 앞둔 사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놓고 건설사와 조합 사이 이견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때보다 크게 급증한 자재비 및 인건비 탓에 건설사는 3.3㎡당 수백만 원의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조합은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사업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목표였던 올해 하반기 착공에 돌입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선이 많다.
신반포22차 재건축조합은 현재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과 3.3㎡당 공사비 1300만 원 후반대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 569만 원과 비교하면 2.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사업 역시 최근 현대건설이 3.3㎡당 공사비를 기존 548만 원에서 829만 원으로 높여달라고 조합에 요구한 상태다.
조합은 이 공사비가 타당한지 검증하고 있어 3월 말로 예정된 착공이 제때 진행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높아진 원가 탓에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2015년=100)는 2023년 12월 기준 153.26으로 나타났다.
▲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연합뉴스>
2020년 12월 건설공사비지수 121.80과 비교하면 25.8%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00.33에서 112.71로 12.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큰 폭이다. 건설공사비지수 자체만 보더라도 이전 3년(2017년 12월~2020년 12월) 108.91에서 121.80으로 11.8% 상승한 것에 비해 가파르게 올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에는 평균 3.3㎡당 공사비가 400~500만 원 안팎이었지만 현재는 800만 원이 넘어도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 강남, 한강변 등 입지가 좋은 핵심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워낙 수익성이 낮게 잡힌다”고 말했다.
다만 조합 측에서는 분담금 부담이 커져 높은 공사비나 큰 폭의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공사비를 둘러싼 진통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여지는 이유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시공사는 이익이 아예 나지 않는 사업장을 선택할 수는 없다”며 “조합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공사비가 필요하다는 상황을 알고는 있지만 주민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여러 사업장에서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택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어 공사비 갈등 문제를 완화하는데 데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비 분쟁을 완화하기 위해 ‘전문가 파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 파견제도는 분쟁을 겪고 있는 조합이나 시공사가 기초자치단체에 신청하면 기초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에 전문가단 파견을 요청하고 광역자치단체에서 3~4인의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이 전문가단은 현장에서 면담, 자문, 분쟁 조정 등을 수행한다. 관련 비용은 국토부가 모두 지원한다.
서울시는 일명 ‘깜깜이’ 공사비 증액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을 확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최초 사업시행계획 인가 시점에서 공사비 검증 요청을 의무화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공사비 검증 사업을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상반기에 신반포22차 재건축사업과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시범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