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마트폰용 올레드(OLED) 부문의 입지가 최근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부상에 따라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의 주도권을 잃은 것처럼, 올레드 시장에서도 우위를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
▲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휘는) 올레드(OLED). <삼성디스플레이>
26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스마트폰용 플렉서블(휘는) 올레드 패널 시장점유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트디스플레이는 두 회사의 2023년 합계 시장점유율을 51.8%로 집계했다. 전년 대비 무려 14.4%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국내 디스플레이업체의 점유율 감소분은 모두 BOE와 티안마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이 가져갔다. 중국 업체들은 점유율이 48.2%에 달해 한국을 턱 밑까지 쫓아왔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플렉서블 올레드를 넘어 전체 스마트폰용 소형 올레드 패널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지난해 8월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용 올레드 시장점유율이 2023년 40% 남짓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2025년에는 54.8%를 기록,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8년만 해도 스마트폰용을 비롯한 중소형 올레드 패널 시장에서 90%를 웃도는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5년여 만에 시장 판도가 바뀐 것이다.
정호영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지금의 속도라면 경쟁국이 2~3년 안으로 우리 올레드 기술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과거 LCD 산업에서 정부로부터 대규모 보조금을 받아 △연구개발 △인력 확보 △설비확충에 나서면서 단기간에 세계 LCD 점유율을 늘렸다. 이런 중국의 전략이 올레드에서도 똑같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LCD 시장을 뺏긴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올레드 기술력 쌓기에 집중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올레드 시장 확장세가 LCD보다 더 빠르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중국 업체는 중소형 LCD 사업에 첫발을 디딘 뒤 20% 점유율을 달성하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올레드는 8년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용 올레드는 LCD에서 철수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모바일용 올레드(OLED)를 제작하는 디스플레이업체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올레드 점유율은 2020년 30%에서 2022년 42%로 빠르게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레드 패널 시장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BOE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올레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5월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을 통해 ‘2027년 디스플레이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내걸고 대규모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중국은 LCD에 이어 올레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고 대만, 일본 등도 열세를 만회하고자 차세대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향후 5년간 65조 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밝히며 시장변화에 철저히 대비하는 만큼 정부도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