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풍력발전 산업에서 잇달아 경고 신호가 포착되며 씨에스윈드를 비롯한 기자재업체들의 업황 전망에 관한 부정적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는 공격적 투자를 통해 구축한 글로벌 생산기반의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이 전방산업인 글로벌 풍력발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고 신호에도 기자재 선두업체로서 지위를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전방산업의 공급난에 따라 기자재업체들의 시장 지위가 한층 강화될 여지도 다분한 만큼 풍력발전 기자재 선두업체로서 시장 지위를 더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풍력발전산업에서 공급난과 같은 산업 내적 요인과 고물가·고금리 등 거시경제 요인이 맞물리며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덴마크 해상풍력발전 전문기업 오스테드(Orsted)가 대규모 손상차손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 풍력발전산업 회의론에 불을 지폈다.
오스테드는 지난달 말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진행 중인 풍력발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약 23억4천만 달러(약 3조 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는 항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급망 지연에 따른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 7억3천만 달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투자세액공제(ITC) 보조금 수령 지연 8억8천만 달러, 이자율 상승에 따른 프로젝트 수익성 하락 7억3천만 달러 등이다.
주요 해상풍력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손상차손 발생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의 지연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스테드의 미국 내 주요 프로젝트 3가지(오션윈드1, 선라이즈윈드, 레볼루션윈드)의 최종투자결정(FID) 시점은 2023년 말~2023년 초로 전망됐지만 전반적 비용 증가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아진 금리와 공급망 차질 이슈 탓에 최근 수익성 우려가 높아졌다”고 파악했다.
오스테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야기한 요인들은 다른 글로벌 풍력발전 업체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걸친 회의론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풍력발전 업체들로서는 기자재 공급난으로 원활한 조달이 어려워지면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기자재 조달 비용이 상승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풍력발전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취약한 업종으로 꼽힌다.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팔(Vattenfall)에 따르면 올해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비용은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실제 글로벌 3대 풍력발전 업체인 베스타스, 지멘스가메사, 제너럴일렉트릭의 2분기 수주 합계는 10.8GW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3% 증가했지만 여전히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사 수주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그동안 지연됐던 프로젝트들 규모를 감안하면 분기 당 12GW 이상의 신규 수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 업체들에게 기자재를 납품하는 씨에스윈드로서도 산업에 퍼지는 경고신호를 가볍게 지나칠 수는 없는 처지에 놓였다.
씨에스윈드 주가는 6월21일 장중 8만9400원을 찍은 뒤 9월8일 기준 5만9200원으로 다른 업종과 비교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풍력발전산업 전반에 걸친 업황에 관한 우려가 씨에스윈드 주가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에 따라 풍력발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남들보다 일찍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해 이익확대 기반을 마련해 놓았다.
더구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지원하는 각국의 정책적 지원까지 더해져 풍력발전의 본격 개화에 따른 수혜를 누리려는 시점에 풍력발전 산업 전반에 걸친 부정적 요인들 탓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씨에스윈드와 같은 기자재 업체들의 수주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해외 증설 투자를 통해 이익을 거둬들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전방 업황의 어려움이 기자재 공급난에 따른 측면도 적지 않은 만큼 김 회장은 악화된 풍력발전 업황에서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기회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16년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기업은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물러서게 되고 결국 생존 기반을 잃어버리는 존재”라며 “씨에스윈드의 성장동력은 풍력타워가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이런 김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씨에스윈드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어려움이 있었던 상황에서도 증설과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하면 풍력타워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주자 지위를 단단히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정책적 과제로 여겨지는 만큼 일시적 풍력발전 업황 둔화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시장 지위 강화를 꾀할 유인이 작지 않은 셈이다.
김 회장이 최근 덴마크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기업 블라트(Bladt Holdings A/S)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도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블라트의 덴마크 생산시설 모습. <블라트 홈페이지 캡처>
증권업계에서는 씨에스윈드의 블라트 인수금액(지분 취득 269억 원과 약 2천억 원 안팎의 예상 추가 투자금액)은 블라트의 하부구조물 분야 역량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블라트가 하부구조물 분야에서 세계 최대 업체인 데다 씨에스윈드가 인수합병 뒤 실적개선 전략을 채택하며 성장해온 만큼 인수 뒤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블라트 인수는 최근 풍력산업의 공급난과 관련해 씨에스윈드의 기자재 분야에서 영향력을 더 강화하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씨에스윈드가 새로운 분야인 하부구조물 사업에 뛰어든 시발점이 풍력발전 업체들의 요청이라고 추측한다”며 “씨에스윈드가 그만큼 고객사에게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고 파악했다.
풍력발전 산업 내 공급난이 전방 고객사들과 관계에서 씨에스윈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생한 풍력산업 공급망 이슈는 국내 기자재 업체들에게는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전방 터빈사에서 품질 논란을 낳고 있는 기자재업체들 대부분이 유럽계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자재 업체의 반사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