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력난 때문이다. 사진은 호주 사우스웨일스주에 건설된 '스노위 하이드로 투무트-3' 양수발전소. <위키미디아 커먼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영향으로 국제시장에서 기술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10년 안 석탄 발전 규모를 크게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한 호주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에너지 전환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3일(현지시각) 가디언은 호주가 현재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기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승인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지금까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3700억 달러(약 487조 원)가 넘는 자금을 투자해 전 세계에서 기술기업과 인재들을 미국 내로 끌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호주가 미국에 기술 인력을 빼앗겨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호주 클린에너지협회 대표 케인 손튼은 가디언을 통해 “세계적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한 대처”라며 “호주의 친환경 전환이 성공하려면 기술자들에게 호주가 매력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에너지 정상회의에 참석한 에너지 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업에 투입할 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호주 기술 전문기관 엔지니어스 오스트레일리아 대표 제인 맥마스터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현재 모든 공학 분야에서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엔지니어가 되기에는 최고의 시점이며 가장 바쁘게 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맥마스터 대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에너지 전환 사업에도 대응하려면 호주도 엔지니어들이 국내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주는 현재 가동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가운데 62%의 가동을 2033년에는 중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태양광과 수력 등 청정에너지 발전소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호주 정부는 대체에너지원 마련의 일환으로 '스노위 하이드로 2.0' 계획을 세워 '타탕가라 발전소' 등 여러 양수발전소를 건립하고 있는데 기술적 문제에 부딪히며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이 계획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수백 명이 넘는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이로 분석된다. 새로 건립된 발전소들을 연결할 전력망에도 미화 5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를 투자해 인프라를 건설하는 등 발전소 외에도 인력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기술자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호주는 향후 10년 동안 은퇴하는 기술 인력을 대체하려면 6만 명이 넘는 학사 학위 보유 엔지니어들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호주 국내 대학들이 배출하는 학위 소지 엔지니어는 매년 평균적으로 약 7500명에 불과했다.
엔지니어 학위를 소지하고 있지만 엔지니어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있는 인력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 엔지니어 학위를 취득한 40만 명 가운데 약 60%만이 실제로 해당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호주 산업계는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에서 인력을 끌어오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증가한 엔지니어 11만5천 명 가운데 8만2천 명이 외국인이다.
교육과정의 질적 저하도 엔지니어 육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38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제학생평가에서 호주는 2003년 13위에서 2018년 30위까지 떨어졌다.
엔지니어 업종의 성비 불균형 현상도 심각해 공학도 가운데 18%만이 여성이었고 현역 엔지니어 가운데 14%만이 여성이었다.
맥마스터 대표는 “산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엔지니어들을 늘리기 위해 이전보다 낮은 학력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업계가 나서서 대학들이 더 높은 수준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배출해야 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