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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 C레벨 임원 이탈 움직임이 '바로미터'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1-30 15: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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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스타트업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비상장사인 데다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창구도 좁다.

하지만 각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C레벨 임원들의 동향을 파악하면 영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투자 혹한기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 C레벨 임원 이탈 움직임이 '바로미터'
▲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메쉬코리아는 자금난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C레벨 임원의 이탈이 있었다. C레벨 임원의 이탈은 회사의 위기를 보여주는 한 장면일 수 있다.

C레벨 임원의 줄퇴사 움직임은 해당 스타트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음과도 같다.

3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투자 혹한기를 맞은 스타트업계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표적 방법이 C레벨 임원들의 움직임이다.

C레벨 임원은 회사 각 분야의 최고책임자를 뜻하는 말이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뿐만 아니라 CTO(최고기술책임자),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SO(최고전략책임자, 최고위기), CDO(최고디자인책임자 or 최고디지털책임자) 등 대기업에서 보기 힘든 직책들이 많다.

CCO(최고고객책임자), CGO(최고성장책임자), CKO(최고지식책임자) 등 이색 직책들도 많은데 대부분 스타트업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다.

스타트업의 성장에는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필수적이다. 스타트업들은 여러 C레벨 임원을 두고 이들에게 권한을 대폭 부여함으로써 이런 구조를 만들어낸다.

의사결정 최고 위 단계에 있는 C레벨 임원들은 자연스럽게 회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게 된다. 회사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C레벨 임원들이 다니던 회사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잦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스타트업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는 뜻과도 연결된다.

대표적 사례는 최근 hy(옛 한국야구르트) 측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진 메쉬코리아다. 메쉬코리아는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회사다.

메쉬코리아의 C레벨 인력 이탈은 지난해 7~8월경에 나타났다. 2022년 7월 스탠퍼드대학교 출신의 인공지능 전문가 김명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를 떠난 데 이어 8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영입된 주상식 최고디지털책임자(CDO)도 퇴사했다.

당시 메쉬코리아 측은 이들의 퇴사가 개인적 일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는 메쉬코리아의 사정이 악화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실제로 메쉬코리아는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창업자가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해 개인 지분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을 정도다.

메쉬코리아는 C레벨 임원들의 줄퇴사 이후 적자 사업을 접고 조직을 정비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이후에도 상황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최근 hy에 매각하는 안건이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신선회 당일배송 플랫폼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 역시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중단하기 전 이미 C레벨 임원의 이탈이 있었다.

CJ로지스틱스에서 물류사업을 담당해 물류 전문가로 평가받았던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해 8월 회사를 떠났고 곧 최고재무책임자도(CFO)도 퇴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식탁 역시 자금난을 겪고 있었는데 C레벨 임원의 줄퇴사 소식이 알려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곧바로 서비스 운영이 중단됐고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 사태가 펼쳐졌다.

초신선 정육 플랫폼 정육각도 마찬가지다.

정육각은 2021년 매출이 400억 원을 갓 넘은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지난해 초 대상그룹이 운영해온 유기농 전문 유통체인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정육각은 이후 투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애초 초록마을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려고 했지만 투자자를 좀처럼 구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금을 조달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고 지속가능한 회사로 만들 수 있느냐는 문제가 따라나왔다.

결국 정육각은 지난해 12월 초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일부 직원들에게는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임직원 절반이 회사에서 나갔을 정도로 규모가 큰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정육각 역시 어렵다는 조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초록마을 인수를 주도했던 정육각 CFO가 지난해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물론 C레벨 임원의 퇴사가 전적으로 해당 스타트업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C레벨 임원들의 특성상 스타트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고 나면 다음 커리어를 위해 이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어렵다는 말이 내부에서 도는 상황에서 C레벨 임원의 이탈 행렬이 반복된다면 해당 기업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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