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대만 반도체기업 TSMC를 매수한 것이 반도체를 미국의 기술패권 중심으로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16일 “버핏의 TSMC 매수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암시한다”며 “기업간거래(B2B) 기업을 매수했다는 것과 비메모리반도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투자가 본격화될 것임을 가리킨다”고 분석했다.
▲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이 16일 워런 버핏의 TSMC 매수는 반도체를 미국 기술패권 중심으로 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
워런 버핏의 기술주 투자를 논할 때 대표적인 기업은 애플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2016년부터 애플 투자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애플 외에도 포트폴리오 내 비중 상위 기업 리스트 중에서 기술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업들에서 한 가지 특징이 확인되는데 바로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 기업이라는 점이다.
반면 버크셔해서웨이가 3분기에 신규 편입한 TSMC는 기업간거래(B2B) 기업의 상징과도 같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내 상위 기업들 가운데 B2B 형태의 기술주로 분류할 만한 기업은 TSMC뿐이라는 점에서 워런 버핏의 투자 방향성에서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또 버핏의 TSMC 투자는 미국의 기술패권에서 반도체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그동안 첨단기술과 관련해 중국을 압박했던 방식을 돌이켜보면 동맹국들이 중국에 반도체·통신 등의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즉 주변국들을 압박함으로써 ‘상대국을 제재’하는 것이 중국 견제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2022년 8월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에서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지원법)’이 통과된 것인데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하면 혜택을 준다. 미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도록 회유하는 방식으로 중국 견제 방법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왜 2022년 3분기에 TSMC를 매수했을까’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이처럼 상대국 제재와 동맹국 회유가 가능하려면 미국의 기술 우위가 공고해져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투자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주목되는 것이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인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다.
고등연구계획국은 1958년 미국이 소련과의 기술 경쟁을 위해 만든 기관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 기술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기관이다.
고등연구계획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예산 증가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2023년에는 3DHI 등 패키징 관련 기술과 같은 비메모리반도체와 관련된 기술에 대한 투자가 예산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하 연구원은 “미국 고등연구계획국의 예산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지금까지 반도체 산업(특히 비메모리)이 ‘미중 갈등 속 제재에 따른 리스크 분야’였다면 앞으로는 ‘미중 갈등 속 기술 우위를 위한 투자의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