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어비스의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붉은사막'의 주인공 클리프가 담긴 키아트. <펄어비스> |
[부산=비즈니스포스트]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가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국내 주요 게임사들과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등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단일 게임으로는 펄어비스가 7년 넘게 개발해온 '붉은사막'이다. 회사는 이번 지스타에서 국내 처음으로 게임을 공개하며 시연 행사를 열었다.
게임 시연에서 최근 액션 게임들이 제공하는 자동 컨트롤 등 여러 편의적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같은 시도가 게임 차별화로 이어질지, 이용자 불편함으로 자리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지스타 행사가 2일 차를 맞은 가운데 평일임에도 많은 관람객이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를 방문했다. 펄어비스의 부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펄어비스는 앞서 지난 11일 경기 과천 본사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붉은사막을 사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붉은사막은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으로 펄어비스가 게임 장르를 한 차례 전환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개발 기간이 7년으로 길어졌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의 매출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이 게임 흥행이 회사에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게임은 회색갈기 단장 '클리프'가 적대 세력의 공격을 받아 흩어진 동족을 찾기 위해 주요 지역인 '파이웰' 대륙을 탐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스타 시연 행사에선 약 40분 동안의 게임 체험을 제공하며, 클리프와 동료들이 습격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게임 이용자는 이 상황에서 기본 조작법을 익힌 후, 4명의 보스와 전투를 벌인다.
▲ 붉은사막에서 게임 이용자가 조작하는 '클리프'가 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마름모 형태의 '스테미나'와 왼쪽 아래의 '특수 게이지'를 관리해 전투를 치르는 모습. <펄어비스> |
전투 시스템은 행동할 때마다 소모되는 마름모 형태의 '스테미나'와 왼쪽 아래에 잎사귀 형태로 표시된 '특수 게이지'를 관리하며, 소비 아이템과 속성 화살 등을 활용해 적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9월13일 붉은사막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오픈월드 부분이 시연에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아쉽게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이번 시연은 게임 액션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투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한정된 시간에 게임 매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런 의도가 반영된 것인지 다른 액션 게임이 성장을 바탕으로 스킬을 늘려나가는 것과 달리 비교적 많은 전투 기술이 기본 탑재돼 있었다.
학습 분량을 고려해 사전 가이드 영상을 약 10분 동안 시청한 후 시연이 진행됐지만, 컨트롤러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게임 이용자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액션 게임들이 제공하는 일반적 편의 기능들도 상당수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마을 안에서 클리프가 전투를 진행하는 모습. '막기' 기능을 사용해 상대방에게 시선을 맞추는 '록온'이 발동하고 있지만, 전투 과정에서 공격에 자세가 무너지거나 하면 록온이 해제된다. <펄어비스> |
대표적으로 공격 대상 시점을 고정하는 '록온' 기능이 없었다. 상대와 내 캐릭터 위치가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막기’를 활성화할 때에만 제한적으로 록온이 작동했다. 게다가 캐릭터 공격도 현재 보고 있는 방향으로만 나가기 때문에 컨트롤러에 익숙하지 않으면 허공에 공격을 날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액션 게임은 캐릭터 이동이 빈번하고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가 많아 록온 기능으로 카메라 이동과 공격의 정확성을 보조한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를 직접 조작하는 것까지를 게임 전투의 재미 요소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반 적들부터 보스까지 '슈퍼아머(행동을 끊을 수 없는 상태)' 공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반면, 상대를 경직시킬 수 있는 수치는 가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시연을 할 때도 록온 기능 등을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조작에 익숙해진 뒤에는 재미의 한 요소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격이 연속되면 보스가 경직 상태에 빠지는 시스템도 존재한다”며 “다만 현재는 내부 개발 측면에서만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난이도와 흥행의 상관 관계와 관련해 게임 업계에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고려했을 때, 난이도를 낮춰 더 많은 게임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는 게 붉은사막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아 보인다.
▲ 일본 게임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의 가장 성공한 게임인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엘든링' 이미지. <게임 스팀 페이지> |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의 창시자로서 다수의 고난이도 게임을 성공시킨 일본 게임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은 오픈월드 액션 RPG '엘든링'이다. 이 게임은 세계적으로 약 2500만 장 이상이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둔 이유로 기존 회사의 작품들과 달리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제공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 프롬 소프트웨어 사장 겸 디렉터도 지난 6월21일 영국 매체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회사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엘든링은 자유로움과 진입 장벽을 낮춘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사막은 오픈월드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 성장 요소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요소가 추가되면 게임 진입장벽이 낮아질 가능성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