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보유한 공동 투자자들을 ‘백기사’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디즈니와 메타 등 대형 콘텐츠기업과 IT기업의 투자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아마존이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머스크 CEO의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지시각으로 20일 “트위터 이사회가 머스크 CEO의 인수 시도를 방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머스크 CEO가 백기사를 확보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지분 전량을 430억 달러(약 53조 원)에 사들여 자진 상장폐지하겠다는 제안서를 보냈지만 트위터 이사회 측은 이를 사실상 거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대거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머스크 CEO가 단독으로 지분을 사들이기에는 금전적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트위터 지분을 매수하도록 해 우호지분으로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위터가 이전에도 여러 대형 IT기업과 콘텐츠기업들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됐던 만큼 여러 기업들이 머스크 CEO와 공동으로 트위터 인수를 위해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에서 회사이름을 변경한 메타와 디즈니, 야후 플랫폼을 운영하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이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되지만 이들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바라봤다.
이들 기업이 과거에는 트위터 인수를 적극 검토했던 적이 있지만 최근 사업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거나 테슬라와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백기사 역할로 등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메타는 이미 페이스북 플랫폼을 운영하는 만큼 독점금지 규제에 부딪힐 공산이 크고 디즈니는 동영상플랫폼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기 때문에 트위터 지분 인수로 거둘 실익이 거의 없다.
애플이나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기업이 플랫폼 영향력 확대를 위해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이들 기업은 트위터 지분에 투자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트위터 플랫폼과 기존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력도 크기 때문에 인수 참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블룸버그는 대형 IT기업들이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들의 인수 참여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아마존과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오라클과 페이팔 등 업체는 머스크 CEO의 백기사 역할로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으로 평가됐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기업의 경영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투자 성과를 거두는 성격이 강한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과거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 한국 기업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적이 있다.
아마존은 1990년대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 운영을 목표로 관련된 기업을 인수해 온 적이 있고 뉴스 분야로 사업 확장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만큼 트위터 인수 참여로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오라클은 래리 엘리슨 창업주가 머스크 CEO와 가까운 사이인 데다 테슬라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유력한 백기사 후보로 평가받는다.
페이팔은 최근 핀터레스트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업체 인수를 추진해 왔고 머스크 CEO가 직접 창업했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트위터 인수에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뉴욕포스트는 최근 트위터 인수에 참여를 검토했던 여러 기업들이 정치적 논란과 실익 등을 고려해 머스크 CEO를 지원하는 데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가 이른 시일에 백기사 역할로 참여할 투자자들을 찾지 못한다면 트위터 인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도가 될 수밖에 없다.
트위터 주가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데다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시가총액을 늘리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가능한 이른 시일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CBS뉴스는 트위터 이사회가 머스크 CEO의 인수 제안을 계기로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며 머스크 CEO의 인수 시도 결정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