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것은 경영능력의 차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씨저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둘째아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이유는 뭘까?
조 명예회장이 장자승계의 예외로 둘째 아들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상당기간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잠정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첫째아들인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 측 지분이 한국앤컴퍼니에 상당수 남아 있는 만큼 불씨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경영능력과 비전의 차이, 조현식과 조현범의 운명을 가르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이유로는 경영능력의 차이를 거론하는 의견이 많다.
첫째 아들
조현식 전 고문은 개인회사인 타이어 재활용기업 아노텐금산을 10년 넘게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 전 고문은 이 업체의 경영을 꾸려나가면서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2016년에는 사재를 털어 100억 원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조현범 회장은 2016년 무렵 경영기획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앤컴퍼니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 차이를 보였다.
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는 연구개발센터 테크노돔 건립이 꼽힌다.
조 회장은 '건축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기업문화까지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아래 테크노돔 설립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에 꼼꼼하게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테크노돔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임직원들에게 윈스턴 처칠의 '우리는 건물을 짓지만 건물은 우리를 만든다'는 말을 자주 인용하면서 한국앤컴퍼니 그룹에 변화를 이끌려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테크노돔은 '
조현범의 자식'으로 불린다.
조 회장은 테크노돔 준공식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향후 연구개발 계획까지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제조업의 생존에는 혁신이 절대적이다"며 "테크노돔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장이 도리 것이다"고 말했다.
테크노돔은 그 뒤 국내 타이어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국제공인시험소 인증을 받기도 했으며 한국타이어의 기술적 혁신을 이끄는 심장 역할을 맡고 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조현식 전 고문과
조현범 회장의 경영능력이 엇갈리는 변곡점이 나타난 셈이다.
◆ 아버지 조양래의 선택, 두 차례 걸친 경영권 분쟁을 낳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보유하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 전부를 둘째 아들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후계자로 지명했다.
이를 두고 첫째 아들
조현식 전 고문은
조양래 회장의 결정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첫째 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함께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둘째 딸 조희원씨도 동참했다.
한정후견 심판은 질병,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성인에게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지원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이 경영권 분쟁에서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제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정후견 심판을 맡은 1심법원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해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결국
조현식 전 고문은 2021년 말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1차 경영권 분쟁은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2년 뒤인 2023년 3월
조현범 회장이 200억 원 규모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다시 불거지게 된다.
조현식 전 고문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2023년 12월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경영권 확보를 노렸다.
하지만
조양래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등
조현범 회장을 지지하는 우호세력이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조현범 회장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모두 48.69%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2차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리했다.
여기에
조양래 명예회장의 한정후견 항고심을 두고 대법원이 2024년 7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판결을 확정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다만 2025년 4월 기준으로 한국앤컴퍼니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조현식 전 고문 측 지분이 30.36% 남아 있어 경영권 분쟁의 잔불은 남아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조현범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이 46.68%로 압도적이어서 다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조 회장으로서는 '눈엣가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조현식 전 고문을 지원했던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그룹의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명분으로 삼았던 만큼
조현범 회장으로서는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