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ATL의 독일 뮌헨 전기차 배터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독일 배터리공장 가동 허가를 받으면서 이른 시일에 유럽 완성차기업에 공급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유럽 국가를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두고 있는 삼성SDI와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CATL과 직접적 경쟁에 직면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CATL은 독일 당국의 허가를 받아 현지 배터리공장 1차 투자를 마무리하고 가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독일 공장은 CATL이 중국 이외 지역에 처음으로 건설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이다.
CATL은 이를 통해 테슬라를 비롯한 여러 유럽 고객사들에게 가까운 위치에서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며 연내 대량생산에 돌입하고 증설투자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배터리공장의 생산규모는 연간 8GWh(기가와트시), 증설 뒤 목표 생산규모는 연 14GWh다.
삼성SDI와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모두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강조하는 유럽에서 세계 1위 업체인 CATL의 진입은 경계할 수밖에 없는 요소로 꼽힌다.
CATL의 전기차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 경쟁사들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니켈 등 배터리 소재 원가 급등으로 완성차기업들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주로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기업이나 중국업체의 전기차에 탑재돼 왔기 때문에 직접적 경쟁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지만 CATL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되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CATL이 독일공장 가동을 계기로 유럽에서 판매되는 고객사 전기차에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는 성과를 낸다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유럽에 수출하는 데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그동안 CATL이 중국에서만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해외 수출에 큰 장벽으로 꼽혔지만 일단 유럽 내 고객사를 확보하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다음에는 협력을 강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CATL 독일 공장 생산규모는 한국 배터리 3사의 유럽 공장 평균 생산규모와 적은 수준이지만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쩡위친 CATL 회장은 최근 독일공장 가동을 계기로 삼아 북미 등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에 50억 달러를 들이는 대규모 배터리공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중국기업을 견제하기보다 현지에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CATL의 미국 공장 설립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CATL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배터리 기술 측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3월 말 CATL이 공개한 3세대 신형 전기차배터리 ‘기린’은 테슬라가 현재 전기차에 탑재하는 4680 배터리와 비교해 13% 더 높은 용량을 구현하면서도 원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CATL이 연구개발 및 해외 생산투자를 확대하면서 세계 선두기업으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중국 전기차시장이 최근 정부 보조금 축소 등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해외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은 CATL에 실적 악화에 따른 투자 여력 부족 등 악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DI와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업체도 헝가리와 폴란드 등 유럽 생산공장에 당분간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만큼 물량 경쟁에서 CATL에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공산도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