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증권업계와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미국에 전기차배터리 신규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은 울산, 중국 시안, 헝가리 세 곳에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이 각형 전기차배터리 표준화전략을 최근 내놓으면서 2024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각형배터리를 공급할 신규 협력사를 찾을 필요성이 커졌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 등이 생산하는 파우치형배터리를 현재 쓰고 있는데 2024년부터 각형배터리로 바꿔 나간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유럽에서는 스웨덴 노스볼트, 중국에서는 중국 CATL 등과 각각 각형 배터리를 협력해 생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파우치형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만 있을 뿐 각형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가 사실상 없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폴크스바겐그룹의 미국 내 신규 협력사와 관련해 "노스볼트는 2024년 예상되는 생산능력 40GWh(기가와트아워)로 미국시장까지 감당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중국 업체들은 정치적 이유로 미국 투자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하다”고 바라봤다.
김 연구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유일한 대안은 국내 주요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각형배터리를 제조하는 삼성SDI뿐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2024년 미국에서 배터리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소요기간을 감안해 삼성SDI가 올해 안에 미국 신규 투자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놓고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유럽 헝가리공장을 중심으로 증설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신규투자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규 생산거점을 위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현 사장이 지금껏 전기차배터리 투자에 보수적 태도를 보여 미국 신규투자를 놓고도 삼성SDI로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사장은 지난 1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경쟁사들과 달리 보수적 투자기조를 보이는 이유에 관한 물음에 "빠른 증설투자보다는 품질과 안전성을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전 사장은 “시장 선점을 위한 발빠른 생산능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술력을 기반한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우선돼야 한다”며 “차별화된 품질력을 굳건히 한다면 중장기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시장 확대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전 사장도 점차 공격적 투자기조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중국 중심 투자에서 나아가 미국에서도 신규투자를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SDI는 올해 안에 약 1조 원을 투입해 헝가리 괴드 공장의 전기차용 각형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2배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각형배터리 기존 생산라인 4기에 4기를 더해 각형배터리 생산능력을 기존 30GWh에서 50GWh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각형배터리 확대를 위한 헝가리 2공장도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객사인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BMW 등의 유럽 지역 전기차 생산물량 확대에 제때 대응하고 경쟁사 중국 CATL의 유럽시장 진출에 맞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SDI가 2018년 헝가리 공장 가동 뒤 대규모 증설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는데 올해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단하면서 배터리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보수적 투자기조에서 공격적 투자기조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전 사장은 유럽 이외의 중국에서도 전기차배터리 증설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공격적 투자기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 텐진공장에서 3천억 원 안팎을 투자해 원통형배터리 증설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I는 기존에 원통형배터리를 주로 전동공구나 전기자전거 등 전기 모빌리티에 공급했는데 이번 증설투자는 전기차 수요 증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원통형배터리 가운데 18650배터리(지름18mm·높이65mm)와 21700배터리(지름21mm·높이70mm)는 각각 테슬라 모델S·모델X와 모델3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같은 규격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배터리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