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문 기자 question@businesspost.co.kr2020-10-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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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기계가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간절히 바라게 됐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사업 시너지효과뿐 아니라 건설현장 종합관제 솔루션까지 확보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
4일 건설기계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2025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건설현장 종합관제 솔루션 '콘셉트 엑스(Concept-X)'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의지를 높일 매력적 기술로 평가된다.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수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 다른 사모펀드 인수후보들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현대건설기계도 5월 KT의 5G통신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무인지게차 공동개발에 나서며 무인화, 자동화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9월에는 무인지게차 제어에 쓰이는 스마트물류 솔루션의 개발성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를 놓고 건설기계업계에서는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 모두 무인화, 자동화와 관련된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두 회사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와 성격이 약간 다르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건설기계 분야의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한다면 얻는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가 무인화와 자동화를 아우르는 건설현장 종합관제 솔루션인 콘셉트 엑스 개발과 관련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현대중공업그룹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로 꼽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25년까지 콘셉트 엑스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최종단계 완성 이전부터 이미 기술적 가능성을 차근차근 입증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콘셉트 엑스는 드론을 활용한 건설 현장 측량작업의 자동화, 장비의 무인자동화, 5G통신 기반의 원격 조정 등이 적용되는 솔루션이다. 건설현장에서 정확하고 빠른 작업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 향상, 비용 및 리스크 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토교통부가 9월 개최한 '스마트건설 챌린지 2020' 대회에 참가해 ‘토공자동화 및 첨단측량’ 분야에서 최고상인 장관상을 받았다.
다른 참가 기업보다 작은 크기의 굴착기로 경연에 참가했음에도 공사의 효율을 높여주는 '사이트 클라우드' 솔루션과 고정밀 GPS와 센서, 3D 틸트 로테이터 등을 활용해 정확하고 빠르게 굴착작업을 마쳤다.
사이트 클라우드는 '콘셉트 엑스'의 첫 단계 기술인데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미 6월에 외부업체에 사이트 클라우드 이용권 판매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8월 건설현장 종합관제 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하기 위해 게임엔진 개발사 유니티와 손잡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유니티와 건설기계들이 작업하는 건설현장의 물리적 요소들을 그대로 가상 환경으로 옮기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 적용을 위해 협업한다. 이후에도 클라우드 컴퓨팅, 시뮬레이터 에디터 등의 기능을 추가해 가상 검증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적으로도 게임회사와 건설기계 회사가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만큼 두산인프라코어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영역을 넘나들면서 연구개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점도 현대중공업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로 평가된다.
두산인프라코어 지난해 11월 콘셉트 엑스 시연회를 통해 건설현장 종합관계 솔루션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은 통합보고서를 통해 "무인화, 자동화가 두산인프라코어가 만들어갈 미래 핵심기술"이라며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건설기계업계에서는 건설현장 종합관제 솔루션 같은 미래 성장동력이 아니더라도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건설기계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자체로도 매력있는 매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시장 점유율이 40%로 1위, 현대건설기계는 25%로 2위에 올라있다. 두 회사를 모두 계열사로 만들게 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5.2%의 점유율로 건설기계시장 세계 5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사모펀드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의 효과를 훨씬 크게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대인 중국 건설기계 시장에서는 현지회사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망 및 기술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급망, 유통망, 기술 공유 등의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