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이 2020년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으로 유한양행의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티닙은 임상결과에 따라 연간 최대 매출 6조 원을 내는 신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2020년은 레이저티닙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는 이벤트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로 유한양행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물질이다. 2018년 11월 레이저티닙은 글로벌제약사 얀센에 1조4천억 원 규모에 기술수출됐는데 단일 항암제로는 국내 제약기업의 기술이전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이 사장은 이르면 2020년 국내에 레이저티닙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한양행은 현재 레이저티닙의 임상2상을 완료했는데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1분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건부 품목허가란 임상2상 자료만을 바탕으로 의약품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한 번 발병하면 증상이 호전되기 어려운 중증의 질환을 지닌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상반기 레이저티닙의 국내 조건부 시판허가 신청서 제출 등 연구개발(R&D) 모멘텀은 계속 될 것”이라며 “레이저티닙은 2020년 하반기 조건부 허가로 국내 출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2020년 1분기에는 레이저티닙의 임상3상도 시작된다.
레이저티닙의 임상3상은 비소세포 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기 위한 방식으로 설계됐다. 기존 1차 치료제인 표적항암제 ‘게피티니브’ 또는 레이저티닙을 투여한 뒤 무진행성생존기간 등을 직접 비교하게 된다.
이 결과에 따라 레이저티닙의 가치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레이저티닙의 경쟁약이 될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는 2018년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된 뒤 매출이 2017년보다 95%나 증가했다. 올해는 세계에서 매출 3조, 2020년에는 매출 4조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세계 비소세포 폐암 표적치료제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타그리소와 동일한 기전의 약물이다. 목표로 삼은 시장이 완벽하게 같기 때문에 레이저티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임상에서 타그리소 대비 우월성을 입증해야 한다.
레이저티닙의 임상1상에서 환자의 객관적 반응률은 86%로 70%의 타그리스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용량을 늘려도 피부독성이나 설사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이 적었다.
오세중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레이저티닙은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경쟁약품인 타그리소보다 우월한 효능이 확인된 적이 있다”며 “임상3상에서 타그리소 대비 우월함이 증명된다면 연간 최대 6조 원의 매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상반기에는 레이저티닙과 얀센의 이중항체인 ‘JNJ-6372’의 병용투여 임상2상도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병용투여는 단독투여보다 항암 효능이 강력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정희 사장은 레이저티닙의 단독입상으로는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을, 병용임상으로는 최초 신약(First in class)으로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은 레이저티닙의 성공이 유한양행의 기업가치를 한 단계 올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유한양행 시가총액은 3조 원에 불과한데 6조 원은 돼야 한다”며 “연구개발을 통한 체질 개선을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