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9-03-05 16: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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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이 적합한 새 주인을 찾는 일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매각이 본격화했지만 인수를 원하는 이들이 모두 철강업에는 '초짜'로 알려졌다.
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동부제철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4일 본입찰을 시작해 원매자들의 제안서를 살피고 있다.
▲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이르면 3월 중으로 인수적격 여부 등을 심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린다.
본입찰에는 KG그룹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다른 참여자들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월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던 웰투시인베스트먼트, 화이트웨일그룹(WWG) 등 사모펀드들이 3파전을 펼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동부제철 매각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동부제철 지분은 산업은행이 39.17%, NH농협은행 14.9%, 한국수출입은행 13.58%, KEB하나은행 8.55%, 신한은행 8.51% 등 채권단이 8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자가 5천억 원 상당의 신주를 인수해 동부제철 지분 과반을 확보하면 당진 공장에서 하는 열연 및 냉연사업, 인천 공장(동부인천스틸) 컬러강판부문 등 동부제철 전체 사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를 놓고 의구심도 제기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전부 입찰에서 발을 뺀 데다 인수 의향사들이 모두 제조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KG그룹은 KG케미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KG씨에스에너지, 이데일리 등이 주요 계열사다. 화학과 금융, IT(정보기술), 에너지, 미디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반년 동안 사업성 검토를 거치는 등 동부제철 인수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KG그룹이 사업 다각화에 경험이 많기는 하지만 철강 쪽에는 문외한인데 철강업 생태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채권단 측에서는 원매자가 철강사업을 이어갈 적격자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원매자로 추정되는 사모펀드들 역시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단기간에 동부제철의 몸값을 높여 다시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KG그룹 등이 동부제철 정상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동부제철은 국내 철강업계 5위권의 업체이지만 2014년 경영 악화로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고 2015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당진 공장 전기로가 가동된 지 5년 만인 2014년 생산을 중단해 동부제철은 현재 주요 매출을 냉연사업에 기대고 있다. 당시만해도 전기로는 최신설비였지만 멈춘 지 수년이 된 데다 다시 가동하려면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감당해야 하는 차입금도 부담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동부제철의 부채비율은 4489.3%로 올해 9월까지 채권단에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1조5435억 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이 매각에 굳은 의지를보이고 있는 만큼 채무탕감 등을 통한 '당근책'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이는 다른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부제철의 새 주인을 찾으려는 시도는 이번이 3번째다. 산업은행은 2014년과 2017년에도 동부제철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동부제철은 2017년 적자 전환했으며 지난해는 영업손실 596억 원을 내 적자 폭이 5배 이상 커졌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반면 철강제품의 판매가격은 충분히 오르지 못해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 관계자는 "현재 동부제철 매각건과 관련해서는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