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석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
한영석 사장이 현대중공업의 ‘노사 냉전’을 올해 안에 멈출 수 있을까?
7일 업계에 따르면 한 사장이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 새로 선임되면서 얼어붙었던 노사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레 나온다.
이번 인사에 노조와 대치에서 국면 전환을 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3사 가운데 아직까지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곳은 현대중공업 뿐이다.
한 사장은 선임 하루 만인 7일 오후 2시30분경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무실을 찾아 박근태 지부장 등 노조 집행부를 만났다.
그는 "'최고의 회사'라는 명예를 되찾아 후배들에게 물려줄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려운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안정된 회사, 보람을 느끼는 회사를 만드는 데 협력하자"고 말했다. 올해 교섭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임단협을 빨리 마무리하자며 노사의 적극적 노력도 당부했다.
강환구 전 사장은 그동안 교섭에서 보이콧까지 불사하는 등 '강경 일변도'로 노조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회사가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제 발주시장이 살아나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제 때 물량 처리에 차질을 빚게 되면 일감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주산업은 특성상 노사관계가 안정적이어야 선주들에게 신뢰를 얻는 데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 사장은 분위기 전환을 주도할 만한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한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현대미포조선은 경영위기를 맞아 노사가 큰 잡음없이 3년 연속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을 정도로 노사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울산상공회의소로부터 '울산산업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노사의 의견 차이가 워낙 컸던 만큼 이를 쉽게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한 사장이 그동안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끌기는 했으나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22년 연속 무파업'을 달성하는 등 온건 성향으로 유명한 만큼 현대중공업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회사 측과 노조 역시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 사장이 이날 노조를 찾은 것을 두고 “인사차 방문한 것이고 노조와 협상이 어찌될 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노조 측에서도 아직은 회사의 뜻을 짐작하기 힘든 만큼 신임 대표이사가 진정성을 지니고 대화에 나설지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의 대치 구도를 바꾸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강환구 전 사장이 책임을 안고 가는 형태로만 되고 정작 별다른 변화는 없을 수도 있다"며 ”회사가 정말 손잡고 잘해보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교섭이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6일 3개월여 만에 다시 교섭 테이블에 앉았다. 8일 교섭을 속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