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등 기후재앙이 지구를 휩쓸고 있다.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즉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전 세계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기후테크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총칭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문제는 기술적 혁신을 제외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SK, LG, 한화 등 국내외 대기업들은 저마다 기후테크와 핵심기술 보유기업에 투자하고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혁신적 기술로 희망을 만들고 있는 기후테크, 기술기업과 투자자 등 관련 전문가들을 소개함으로써 기후위기의 해법을 조망하고자 한다.
[기후테크가 뜬다] '인류 미래가 걸린 기술', 한국 경제규모 2배의 시장이 열린다
[기후테크가 뜬다] (1-1) ‘수소 혼소율 세계 최고’ 한화임팩트, LNG 발전 친환경화
[기후테크가 뜬다] (1-2) 좌초자산 LNG 가스터빈 되살린다, 한화임팩트 수소 전소·수명연장 기술
[기후테크가 뜬다] (2) 초전도체 없이 핵융합 발전, MS 계약한 헬리온에너지
[기후테크가 뜬다] (3) 암모니아를 전기로 변환한다, 실리콘밸리의 한국 벤처 아모지 |
▲ 지구 온난화 속도가 가팔라지고 기후재앙이 증가하면서 기후테크 투자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3조5천억 달러(약 4400조원), 국제에너지기구는 5조 달러(약 6300조 원)가량의 투자가 매년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한국 정부는 6월22일 기후테크에 2030년까지 145조 원을 민관합동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추산 매년 3조5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이르는 규모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시장에 민·관 합동으로 2030년까지 145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바로 ‘기후테크(Climate Tech)’다.
기후테크란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말한다.
정부의 정의를 보면 기후테크 산업이란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 기술을 활용하는 연관 산업의 총칭’이다.
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배터리 분야에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기후테크 분야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기후테크 없이는 기후변화에 온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3월 승인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를 통해 '1.5도 목표'가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1.5도 목표가 2027년에 깨질 가능성이 66%에 이른다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1.5도 목표'란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정에 서명하면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운 후 쓰이는 용어다.
IPCC의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즉 1850년대 이전보다 1.5도 더 오르면 지금보다 홍수, 가뭄, 산불, 식량 부족 가능성이 극적으로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가 빨라질수록 기후테크의 중요성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대기의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기술적 역량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믹스 조정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것을 넘어서 기후테크 발전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뜻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탄소중립, 기후 적응을 위해 기후테크에 매년 필요한 3조5천억 달러(4432조 원)를 정부 공공자금과 민간 기부금으로는 조달할 수 없다며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에게 ‘시장형성’을 제안했다.
시장형성이란 기업, 정부 및 투자자들이 시장 실패를 해결하고 시장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국내 기업들도 기후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한 역량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궁국의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와 관련한 기술이 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해 국내 대기업집단들은 앞다퉈 수소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은 에너지 사업 계열사 한화임팩트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방안으로 꼽히는 수소 혼소 발전 실증사업에 성공했다.
▲ 정부는 산업기술혁신펀드 내 전문펀드와 초격차 펀드로 4천억원 이상 조성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임팩트 투자 등 기업 ESG 활동과 연계한 2천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진은 중소벤처기업부가 2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연 친환경·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간담회 장면. 이 자리에는 테라블록, 엘디카본, 엔라이튼, 원광에스앤티, 인투코어테크놀로지 등 초격차 창업기업 1,000+ 사업의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선정기업들이 참석했다. <중소벤처기업부> |
기후테크는 수소 외에도 에너지, 철강, 제조업, 디지털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개발되고 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정부는 클린테크, 카본테크, 에코테크, 푸드테크, 지오테크 등 5대 분야 주요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청정에너지, 탄소포집, 자원순환, 친환경원료, 탄소 대체식품, 기상정보 및 데이터기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후테크는 단순히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을 넘어 기업의 미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닷컴붐이 디지털전환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경쟁력의 판도를 바꿨듯, 기후테크붐은 기업들의 넷제로 전환을 이끌며 미래 산업 지형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넷제로 정책·전략 전문기업 BNZ파트너스의 임대웅 대표는 “대기업의 기후테크 투자 양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사회공헌이나 ESG 관점의 접근이었다면 최근엔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그룹의 영혼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기후테크는 테마(일시적 유행)가 아니다”며 “전 세계 산업과 경제, 국제규제 전반에서 친환경으로의 체제 개편 즉 그린리폼(Green reform)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SG·임팩트투자사 한국사회투자의 이혜미 이사는 “기후위기가 전 세계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기후테크 관련 기업이 늘어나고 전문성 높은 기술도 많아지고 있다”며 “기후테크를 향한 수요 증가와 함께 기후테크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넷제로로드맵 보고서'는 2030년에 넷제로 분야에 5조 달러(약 6300조 원)가량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시각물은 넷제로 기술별 연 평균 자본 투자 수요. <국제에너지기구> |
기후테크에 관한 시장 기대는 벤처캐피털 투자 추세에서도 드러난다.
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테크에 관한 벤처캐피탈 투자 금액은 701억 달러(약 89조 원)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달러 기반 벤처 투자 규모가 2021년 대비 42% 감소하는 동안, 기후테크 벤처 투자는 89%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넷제로로드맵 보고서(netzero by 2050)’에서 2030년에 넷제로 분야에 5조 달러(약 6300조 원)가량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과연 어떤 기후테크가 주목 받고 있을까. 앞으로 어떤 기술에 더 큰 투자가 필요할까. 비즈니스포스트는 '기후테크가 뜬다' 시리즈를 통해 각광 받는 기후테크 기업을 탐방하고 관련 전문가를 만나 기후위기 시대 기술기업의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특별취재팀=이경숙 이상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