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노사 사이의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일까?
김정태 회장이 회장 단독후보로 결정된 뒤에도 하나금융 노조는 주주들에게 의견서를 보내는 등 지치지 않고 김 회장의 두 번째 연임을 저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이진용·김정한 KEB하나은행 노조공동위원장이 금융감독원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사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하나금융노조> |
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13일 “12일 국민연금공단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2차 의견서를 보낸 데 이어 3차 의견서도 준비하고 있다”며 “최순실씨 1심 선고공판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최고경영자 리스크와 관련한 의견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노조는 회장 선임 시기에 들어간 지난해 11월부터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투쟁본부’를 만들고 회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나금융 노조의 공세는 이번 회장 선임절차에서 김 회장에게 강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시점과 맞물려 하나금융 노조가 금융당국에 여러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김 회장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이를 놓고 지난해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 노조가 인사통합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시작됐고 그 골이 점점 더 깊어져 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지난해 하나금융 노사가 대립한 상황을 살펴보면 노조 측이 임금교섭과 상여금 지급 등 통합 인사제도와 관련한 요구들을 하고 회사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고용노동청이나 금융감독원 같은 감시기구에 회사 측의 비리 의혹을 놓고 진정을 했다.
지난해 5월 하나금융 노조는 정기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고 해결될 되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측이 노조 통합과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에 부정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고용노동청에 제기했다.
7월 고용노동청의 중재로 각종 미지급 임금이 지급되는 등 갈등이 일단락되며 통합 인사시스템 위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는가 싶었지만 노조는 부정선거를 저지른 인사담당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다시 등을 돌렸다.
노조는 9월 금감원에 성추행 KEB하나은행 간부의 재취업 논란을 놓고 조사를 요청했다.
이렇게 하나의 사안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고 또 다른 문제 제기로 이어지며 갈등이 반복되다 보니 노사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KEB하나은행의 통합 인사시스템 마련도 지난해 9월 이후로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하나금융 노조 집행부가 공동 노조위원장으로 꾸려져 있는 점도 노사 갈등의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옛 하나은행 노조와 옛 외환은행 노조는 2016년 말에 노조 통합에 합의하고 공동 노조위원장을 두기로 했다. 노조위원장이 2명이다 보니 강경파의 목소리에 좌우하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미봉책으로 일관한 점도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기싸움을 하면서 김 회장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만큼 효과적 방법도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