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방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빠른 정상화 방안으로 ‘분리매각’ 가능성이 떠오르자 노동조합에서는 분리매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통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분리매각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분리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만약 분리매각으로 방향이 결정된다면 원만한 매각 추진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3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외부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체적 매각 방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컨설팅회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매각 방안을 찾고 있다.
경영컨설팅 보고서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과 매각 방식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KDB산업은행은 컨설팅보고서가 나오면 관련 정부부처와의 논의를 거친 뒤 매각 방식을 결정해 실행에 옮기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강 회장은 7월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이 담긴 컨설팅보고서가 1~2개월 뒤에 나올 것이다”며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 분리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강 회장이 분리매각 가능성을 언급하자 곧바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1일 입장문을 내고 “대우조선은 근본적으로 특수선과 상선을 쪼개어 팔 수 없는 내부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KDB산업은행은 이미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매각은 한국 조선산업과 기자재 업체의 원상회복과 발전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KDB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또다시 실패할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분리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몸집을 줄이지 않는다면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을 떠안고 인수할 새로운 인수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의 통매각을 다시 추진한다면 유럽연합(EU)이 유럽 선사의 이익을 감안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는 방안에 반대했던 사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리매각 추진은 전에도 검토된 적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2017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의 방산과 상선부문을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방산과 상선부문을 분리한다면 새 설비를 만드는데 최소 1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방산과 상선부문의 시설분리 전에 사업부 조직만을 떼어 내서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분리매각을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이는 것에 난색을 보일 수 있겠지만 강 회장은 통매각을 추진하면서 매각이 또 지체돼 부실을 키우는 것보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빠르게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강 회장이 분리매각을 추진한다면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설득하고 달래기 위한 사전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KDB산업은행이 분리매각을 결정하면 지역민들과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국적으로 이슈화하는 투쟁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