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통합 삼성물산 불법합병 관련 재판이 5개월 만에 재개됐다.
검찰과 변호인은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향후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을 앞두고 진행하는 준비절차로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을 위한 증거채택과 증인신문 일정 등을 정하는 수준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각자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준비해 1시간 넘게 열띤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사실상 2012년부터 시작됐으며 미래전략실이 조직적으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합병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은 그룹 지배권 승계를 목표로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합병과 회계부정을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특히 합병당시 제일모직 주가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주가를 저평가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조작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모든 행위를 다 위법하다고 보는 등 부정거래 적용대상을 무한히 확장했다”며 “검찰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일방적으로 해석한 게 아닌지 재판 과정에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이 언론기사와 검찰 수사자료 등을 발표자료에 활용한 것을 두고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며 고성이 오가 재판이 잠시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은 정식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자료를 인용해 설명하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의견 개진의 방식일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양측의 충돌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최대한 자료 사용을 자제하도록 중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