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이 ‘리니지2M’에 최고 수준의 기술을 적용하는 데 욕심을 냈다.
개발자 출신인 만큼 차별화가 힘든 모바일게임시장에서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MMORPG)을 20년 넘게 운영한 노하우도 리니지2M에 녹여내기 위해 공들인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27일 리니지2M 정식운영을 시작했다. 리니지2M은 출시 9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순위 1위에 올랐다.
김 대표는 리니지2M 광고에 직접 참여하는 등 이 게임에 애정을 쏟았다. 광고에서 한 아이가 “택진이 형 밤샜어요?”라고 묻자 김 대표는 “일찍 일어나 일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김 대표는 리니지2M에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도입하려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9월 리니지2M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개발 총책임자로서 무대에 올라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거론하며 ‘충돌처리 기술’을 내세운다. 충돌처리 기술을 적용하면 게임 속에서 캐릭터와 목적물들이 겹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이 기술을 한국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 가운데 처음으로 적용했다. 모든 목적물들이 게임 속에서 따로 공간을 차지해야 하는 만큼 기술을 구현하기도 어렵고 데이터 처리량도 많아진다.
김 대표는 ‘리니지2’를 만들 때도 최신기술을 게임에 적용하려고 시도했다. 리니지2는 2003년 출시됐는데 당시 게임 이용자들은 리니지2의 3차원 그래픽에 긍정적 평가를 보냈다.
김 대표는 “과거 리니지2의 개발정신을 모바일환경에서 구현하고 현존 최고 기술을 모아 모바일게임의 한계를 넘어보자는 생각으로 리니지2M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충돌처리 기술에는 엔씨소프트가 20년 넘게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을 운영해온 노하우도 담겼다. 김 대표는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하고 1998년 ‘리니지’를 출시했다.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은 장르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에 한꺼번에 접속하는 특징을 지니며 주요 콘텐츠로 다수 이용자들이 대규모 전투를 치른다.
엔씨소프트는 충돌처리 기술로 게임 속 전쟁에 현실감을 높였다.
캐릭터들이 서로 뚫고 지나갈 수 없게 된 만큼 이용자들은 캐릭터 직업에 맞춰 진영을 갖춰 실제 전쟁과 비슷한 양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게임 속 동맹인 ‘혈맹’의 구성원들끼리 전략을 짜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다만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충돌처리 기술 때문에 사람이 많은 게임공간에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 게임 초반 과제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 출시와 함께 ‘퍼플’도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퍼플은 모바일게임을 컴퓨터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다. 퍼플은 메신저 기능도 제공한다.
퍼플도 엔씨소프트의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 운영 노하우가 담겼다.
컴퓨터로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을 하던 시절 이용자들은 타자 등으로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을 했다. 그러나 모바일기기는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기 힘든 환경을 제공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외부 연동 프로그램을 써 모바일게임을 컴퓨터에서 우회적으로 구동한다.
모바일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들 사이에 차별점을 만들기도 힘들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려 컴퓨터로 리니지2M을 구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정식으로 출시한 것이다.
퍼플의 메신저 기능은 혼자서 게임을 하다가 모바일 대규모 다중사용자 역할수행게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 게임을 떠나는 이용자를 붙잡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다른 게임들이 리니지M을 따라잡으려고 할 때 리니지2M으로 미래를 향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