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31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부평역 앞 쉼터광장에서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종교단체 회원이 성소수자에 관한 의견을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창원시가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의 경남지역 첫 개최지로 예정됐다.
창원시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도시로 꼽히는 만큼 지역 종교·보수단체의 반발이 격렬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창원시에서 개최할 축제에 관한 일정과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창원시에서 축제를 열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며 “축제 개최를 사전에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개최 한 달 이전 즈음에 일정과 장소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퀴어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일반적으로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전시, 공연, 행진 등 여러 행사가 진행된다.
2000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뒤 전국으로 확대됐지만 아직 경남지역에서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8월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창원시를 퀴어문화축제 개최지로 예고하면서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창원의 한 종교계 관계자는 “퀴어문화축제가 어디에서 열리든 무조건 반대한다”며 “축제는 자연적이지 않은 동성애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창원에서는 일부 종교계와 보수단체들이 퀴어문화축제를 공공연하게 반대해 왔다.
경남기독교총연합회는 7월16일 창원에서 동성애·퀴어문화축제 반대 등을 놓고 1천 명 규모 기도회를 열었다.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1월 발족했을 때 보수단체가 퀴어문화축제 반대를 의미하는 팻말을 들며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런 지역사회의 반대 목소리가 ‘맞불 집회’ 등으로 구체화하면 창원의 첫 퀴어문화축제가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2018년 9월8일 열린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는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모여 물품을 훼손하거나 무대 설치를 방해했다. 축제 참가자 일부가 폭행을 당했다는 말도 나왔다. 결국 축제는 오후까지 계획됐던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끝나고 말았다.
8월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개최 이전에 무산됐다. 해운대구청은 축제와 반대 집회가 한꺼번에 열려 시민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퀴어문화축제의 도로 점용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먼저 축제 개최장소를 정한 뒤 창원시청 등 관공서와 안전한 축제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남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같이 창원에서도 축제를 반대하는 측과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참가자들이 축제를 안전하고 즐겁게 즐기도록 관련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축제 관계자들과 접촉해 자세한 논의를 나눌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