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2016년 말 롯데그룹의 투자와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사업 부진과 검찰 조사 등으로 이런 계획을 원활하게 추진하지 못했다.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이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했다. 신 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가회동 자택에서 딱 이틀만 쉬고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 것이다.
신 회장은 이날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유통 등 4개 BU장 부회장과 주간회의를 열고 사업분야별로 경영현안을 보고받았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롯데그룹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일자리 창출과 대규모 투자계획을 흔들림없이 추진하는 것을 경영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2016년 10월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및 혁신안 발표’ 자리에서 “롯데그룹이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게 고민한 끝에 새로운 롯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며 “사회공헌과 동반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당시 “앞으로 5년 동안 40조 원을 투자하고 신규채용을 7만 명 규모로 진행하겠다”며 “향후 3년 동안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야심찬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40조 원 투자와 7만여 명의 신규채용을 발표했지만 2017년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논란에 따라 롯데그룹이 중국사업에서 타격을 받았다”며 “구체적 채용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롯데그룹은 연간 1만3천여 명 정도를 채용했고 투자시계는 신 회장의 부재 등으로 사실상 멈춰왔다”고 말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6년 10월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2022년까지 채용 목표 7만 명을 달성하려면 한 해 평균 1만4천여 명을 채용해야 하는데 지난해와 올해 채용규모가 이런 목표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사드배치 논란에 따라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적으로 경제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 내 롯데슈퍼에 벌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 등 처분을 내렸고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은 중국에 진출한 지 11년 만에 마트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고 호텔롯데의 면세점사업은 아직까지도 이런 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도해서 이끈 K스포츠재단에 70억여 원을 지원한 것을 놓고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급기야 올해 2월 신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은 총수가 자리를 비우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등 오너가 의사결정체계의 최상단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왔던 만큼 신 회장이 법정구속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투자와 채용 등을 활발히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5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되면서 상황은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데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회사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6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앞으로 3년 동안 연평균 3조 원씩 모두 9조 원을 투자하고 해마다 1만 명가량의 신규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유통업체들은 복합쇼핑몰, 프랜차이즈 식당 등을 운영하는 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기존 일자리 창출계획과 투자계획을 손보면서 문재인 정부 기조에 화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투자계획과 일자리 창출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