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분야에 투자를 검토하고 바이오화학사업의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해 신규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것이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올해 초 시무식에서 한 말이다.
GS그룹이 5년 동안 계열사들에 투자한다는 20조 원 가운데 14조 원을 에너지부문에 쏟기로 하면서 허 회장의 새 사업 진출에 강력한 동력이 생겼다.
무엇보다 다른 정유회사들이 앞서 달려가고 있는 석유화학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돼 사업 다각화를 위한 핵심사업 추진에 숨통이 터졌다.
GS그룹은 우선 GS칼텍스가 2022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전남 여수에 짓기로 한 올레핀 생산공장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GS칼텍스의 올레핀 공장에 모두 2조6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
GS그룹 관계자는 “여수 올레핀 공장을 건설하는 데 3년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GS그룹이 단계에 맞춰 관련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분야 등은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쉽게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경쟁업체들이 하나같이 석유화학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GS칼텍스도 이 행보에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에쓰오일은 2023년까지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롯데케미칼과 2조7천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GS그룹의 대규모 투자계획으로 허 회장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케미칼분야에도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GS칼텍스는 2016년부터 500억 원을 투자해 최근 여수 제2공장에 바이오부탄올 시험공장을 완공하고 최근 시범생산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 확대를 정책목표로 세워두고 있어 GS칼텍스의 바이오부탄올사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허 회장이 이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 회장 직속의 비정유사업 강화 프로젝트팀인 '위디아팀'이 2년 넘게 준비해왔던 기발하고 다양한 신사업들이 대규모 투자와 함께 빛을 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2016년에 만들어진 ‘위디아팀’은 그동안 적지 않은 사업 아이템들을 축적해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이 위디아팀에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나가서 놀아라. 결과가 없어도 좋다”고 주문했다는 말은 허 회장이 새 사업에서 창의성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GS그룹 관계자는 “GS칼텍스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여러 투자안들이 있는데 GS그룹 차원의 투자를 바탕으로 점차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며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규 사업들이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유사업은 기본적으로 국제유가 흐름 등에 따른 변동성이 클 뿐 아니라 전기차시장 확대로 최근 성장성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정유사들은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허 회장은 GS칼텍스가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일찌감치 잘 알고 있었다.
허 회장은 GS칼텍스 대표이사를 맡은 지 일 년이 되는 해(2014년)에 창사 이래 최대 적자(영업손실과 순손실)이자 정유업계 사상 최대 적자(영업손실과 순손실)를 경험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GS칼텍스가 거액의 재고 평가손실을 본 것이다.
GS칼텍스는 보유하고 있던 400여 개 직영 주유소 가운데 일부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시점이 공교로웠던 만큼 당시 허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허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신년사 등 공식 석상에서 “회사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 신규 사업은 유가 등 회부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큰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왔다.
GS칼텍스을 두고 새 사업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제기돼왔지만 GS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지원은 GS칼텍스에 새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2013년 탄소섬유 개발에 착수했지만 상업화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연료전지사업도 2015년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며 기술과 특허권을 모두 매각했다.
배터리 소재인 박막전지사업과 수소충전사업,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사업 등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업을 정리했다.
GS칼텍스의 정유사업 비중은 여전히 높다. GS칼텍스가 올해 상반기에 올린 영업이익 가운데 정유사업 비중은 70.4%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52%)보다 오히려 비중이 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