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는 현재 해양플랜트 야드(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유휴인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놓고 대치하느라 임단협 교섭 일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14일 제23차 단체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교섭장에 나왔지만 사측위원들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노조는 우선 16일에도 교섭을 진행하자고 요구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야드 가동 중단에 따른 유휴인력 문제가 올해 임단협의 가장 큰 쟁점”이라며 “노조가 사측 의견을 받아들여 이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만들더라도 조합원들이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이를 부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지금 당장 해양플랜트 일감을 수주하더라도 설계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 일감이 야드에서 건조되는 시점은 늦어도 2019년 하반기부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까지 해양플랜트 소속 직원들이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하게 되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만큼 직원들이 이런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일감이 모두 떨어진 데 따라 20일부터 해양플랜트 야드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회사 쪽은 해양플랜트 야드 가동 중단에 따라 발생하는 유휴인력 2천여 명을 놓고 무급휴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조는 직무전환, 교육, 유급 순환휴직 등을 실시해 이들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20일 이후부터 해양플랜트 야드에서 일하던 직원들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아직까지 뚜렷하게 제시한 바가 없다. 기존에 제시했던 조직 통폐합과 영업조직 중심 운영, 관리인력 축소 등이 전부다.
무급휴직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있는 것은 삼성중공업 노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 노사 역시 임단협 교섭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사측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씩, 6개월 동안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2016년과 2017년 임단협을 올해 임단협과 통합해 진행하기로 양보한 만큼 더 이상 물러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 쪽은 무급 순환휴직은 물론 기본급 동결 및 임금 반납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자협의회는 기본급 5.1% 인상과 고용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16일 집행부와 대의원 등을 중심으로 100명 규모의 상경투쟁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김원극 위원장이 이날부터 임단협 타결시점까지 단식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노동자협의회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을 통해 향후 파업 가능성까지 열어 놨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보다 비교적 상황이 나은 것으로 보인다.
무급 순환휴직 등 고용 불안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연관된 안이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은 데다 신규 수주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관계자는 “노사가 공식적으로 다음주 화요일(21일)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올해 신규 수주가 목표에 못 미치면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신규 수주가 비교적 순항하고 있어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임단협 최대 쟁점은 기본급 인상 문제”라고 말했다.
회사 쪽은 노조에 임금 동결에서 더 나아가 임금 10% 반납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기본급 4.11%를 인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는 만큼 그동안 희생해온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바라본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의 노사가 무급 순환휴직과 임금 반납 안건 등으로 대치하면서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노조에게 기대하는 희생폭도 더욱 커졌다”며 올해 임단협이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을 최대주주이자 채권단으로 두고 있는 만큼 KDB산업은행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 채권단이 노조에 요구하는 양보의 기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