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편의점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의 근접 출점 논란을 두고 ‘뼈아픈 실책’이라고 인정한 지 한 달여 만에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이 최근 빠른 속도로 점포를 늘리면서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점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점포 수를 무조건 확대하기보다 근접 출점 문제와 상품 중복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3월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이마트24 점포 바로 맞은편 건물에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선다.
이마트24는 가맹점 위주로 출점하는 편의점이고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전용존을 운영하며 노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이마트의 자회사 이마트24는 기존 편의점 브랜드 위드미 이름을 지난해 이마트24로 바꾸면서 이마트24에 피코크와 노브랜드 전용코너를 도입했다. 오직 이마트24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으로 다른 편의점과 차별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24 바로 근처에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서자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점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24 점주들이 노브랜드 전문점을 두고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인천의 한 이마트24 점주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같은 건물에 문을 연다는 사실을 알고 법원에 노브랜드 전문점 개점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노브랜드 전문점은 계획대로 문을 열었고 현재 이마트24 본사와 가맹점주가 이 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과 이마트24 모두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2016년 8월 1호점을 낸 뒤 1년 8개월 만에 점포 수가 110개 이상으로 늘었다.
이마트24의 점포 수도 최근 3천 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7월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이름을 바꿀 당시 점포 수가 2200여 개였는데 9개 월 만에 800개 넘게 문을 열었다.
정 부회장이 소규모 점포의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결국 유통망 확보와 소비자와 접점 확대가 유통업의 핵심이자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속속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3월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의 근접 출점을 지적받자 “나로선 뼈아픈 실책 가운데 하나”라며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의 상품이 중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둘이 모이면 시너지가 나야지 서로 깎아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연말까지 상품 중복 문제를 해결해 상품 중복률을 1% 미만으로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24가 상품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자체브랜드 상품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마트24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상품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며 “인지도가 높아 전체 영업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새로운 자체브랜드 상품이 나온다 해도 이 정도까지 자리를 잡으려면 한동안 시간이 걸리는 만큼 매출 하락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