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5일 경주 본사에서 토크콘서트 형식의 취임식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옅은 하늘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넥타이는 버리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였다.
강단에서 내려와 청중석에 관중처럼 앉아 있는 직원들 사이를 누볐다.
무선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5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에서 열린 정 사장의 취임식은 파격이었다.
공기업 수장 가운데 취임식을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연 기관장은 없었다.
정 사장은 취임식을 한수원의 변화를 선포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어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 사장의 어깨는 그리 가볍지 않다.
한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고리5, 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며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탈원전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 사장은 취임식을 겸한 토크콘서트에서 “재생에너지, 원전수출, 원전해체 역량 확보 등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나아가 에너지 종합 컨설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원전 수출, 원전 해체 역량 확보 등 한수원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는 이전 사장들의 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정 사장에게 더욱 절실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과 동시에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고리1호기는 2017년 영구 중단돼 해체를 앞두고 있다.
전임 사장에게 미래 먹거리 확보는 장기적 과제일 수 있었지만 2021년까지 한수원을 이끄는 정 사장에게는 현안일 수밖에 없다.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동시에 안전하고 투명하게 원전을 운영해야 한다는 한수원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신고리5, 6호기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원전을 향한 국민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과거 수차례 논란이 됐던 원전 안전, 원전 비리 등의 문제가 또다시 터져 나오면 한수원은 과거보다 더 큰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원전의 재가동과 수명연장 등의 권한을 지닌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은 1월 취임사에서 “그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받아왔던 한수원의 ‘대변인’ 또는 ‘방패막이’라는 비판에 벗어나겠다”고 말한 뒤 안전을 위한 원전 정비를 실제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24기의 원전은 24시간 돈다. 정 사장은 원전 안전과 관련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셈이다.
정 사장은 취임식에서 “에너지 전환정책은 60년 이상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두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전환하자는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정책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정 사장이 취임식에서 과감하게 넥타이를 풀었다. 한수원에 쌓인 현안도 그렇게 풀겠다는 의지처럼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