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노조가 회장 선임 시기를 맞아 경영진을 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 노조가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일 “하나금융 노조의 조사요청에 따라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맞다”며 “이날도 검사국에서 검사를 나갔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노조는 지난해 12월18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업무상 배임죄 및 은행법 위반죄 등을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했고 금감원은 5일부터 검사에 들어갔다.
하나금융 노조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 제1호 기업으로 알려진 아이카이스트에 특혜대출을 해주는 데 김 회장과 함 행장이 역할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함 행장은 업무를 소홀히 해 KEB하나은행에 손해를 입힌 만큼 업무상 배임죄를 저질렀고 김 회장의 경우 함 행장에게 대출 승인을 지시하는 방법 등으로 배임을 공모했다는 것이다.
노조가 지난해 11월 초 금감원에 김 회장과 함 행장의 제재를 요청하는 제재요청서를 제출했을 때와 지난해 9월 성추행 KEB하나은행 간부 재취업 논란 조사 등을 요구했을 때에는 금감원이 따로 현장 검사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당시 노조가 사측 압박용으로 제기하는 이슈에 금융당국이 휘말리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성의를 보이면서 연임가도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에 검사를 받게 돼 김 회장이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김 회장은 4일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 회의에서 1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두 번째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내부인사 8명과 외부인사 19명 등 모두 27명의 후보들이 선별됐지만 아무래도 김 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 회장 선임절차가 진행되면서 최근 더욱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3일 열렸던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도 뒤늦게 참석한 뒤 빨리 행사장을 빠져나왔으며 기자들의 연임에 관한 질문공세에 시종일관 “노코멘트”라고 입을 다물었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의 셀프연임 비판에 나서자마자 회추위 위원에서도 빠졌고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평가 절차도 정비하는 등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노조의 행보를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노조가 사측과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민감한 시기에 있는 김 회장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