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10-23 18: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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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 신용공여업무의 은행영역 침범 가능성을 일축했다.
황 회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기업들이 증권사에 온다”며 “그런 구조가 시스템적 리스크를 유발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그는 “증권사의 기업금융 고객과 은행은 영역이 다르다”며 “대기업 가운데 증권사보다 신용도 높은 곳이 수두룩한데 그들이 은행에 제공할 담보가 없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기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등 신용공여를 해줄 수 있어 은행의 기업금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은행권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황 회장은 “대형 증권사들의 투자금융 사업계획을 보니 3년 동안 기업금융에 5조~6조 원을 쓰겠다고 했다”며 “5대 대형은행의 기업금융 규모가 600조 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1% 수준인데도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의 출범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날 ‘증권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한 30대 핵심과제’도 내놓았다. 해외 투자금융회사와 경쟁력 격차를 해소하고 증권사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역할을 다시 정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30대 핵심과제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지원 △기업금융 기능의 강화 △가계자산관리의 전문성 제고 △금융환경 변화 선도와 세계화를 전략방향으로 잡았다.
구체적 과제를 살펴보면 사모시장의 전문투자자 확대, 비상장주식의 거래 활성화, 신성장기업의 자금조달 지원, 산업전문가 육성과 기업컨설팅 기능 강화, 민간자본을 통한 기업구조조징 지원, 증권사의 신탁운용 자율성 강화 등 여러 내용이 담겼다.
인수합병 대상기업의 합병가액을 기업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산정하는 방안도 과제로 제시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사례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은 이사회에서 합병가액을 결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가액을 정하다 보니 상식과 어긋나는 금액이 나온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라고 말했다.
증권회사의 자본시장 업무 강화도 과제에 포함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를 지원하는 데 핵심인 모험자본 공급을 자본시장에 주도하는 방안을 정부 등과 우선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장기적인 과제만 제시했다는 지적에 “협회장 등이 바뀌어도 금융투자업계를 위해 30대 과제를 계속 추진하기를 바랐다”며 “내가 하든 새 회장이 하든 5년 안에 과제 대부분을 해결한다면 한국 증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