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주력상품에 직접 설계해 탑재하는 반도체 종류를 늘리며 기술력도 전문 반도체기업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애플의 반도체 기술혁신이 곧 아이폰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이 최근 공개한 신제품에 적용한 반도체의 높은 성능이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진정한 기술력은 아이폰X와 애플워치3 등 신제품 자체보다 내부에 탑재된 반도체에서 볼 수 있다”며 “반도체가 애플의 기술우위 확보에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능실험기관 긱벤치 홈페이지에 공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이폰X의 AP(모바일프로세서) 구동성능은 고가 노트북 ‘맥북프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수치로만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갤럭시S8보다 단일작업 처리성능은 2배, 다중작업 처리성능은 약 1.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결과를 놓고 “아이폰X의 성능이 다른 어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라며 “확실한 차별화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의 최신 AP는 구동성능을 이전작보다 대폭 높였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업계 최초로 자체 인공지능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전력효율을 개선하거나 음성과 이미지 인식 등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애플은 3D게임과 증강현실콘텐츠 구동에 활용되는 그래픽반도체도 아이폰8과 아이폰X에 처음으로 자체설계해 탑재했다고 밝히며 성능이 이전보다 30% 이상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아이폰X와 동시공개된 새 스마트워치 ‘애플워치3’에도 애플이 직접 설계해 탑재한 새 시스템반도체가 대거 적용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로 자리잡았다.
애플은 출시행사에서 애플워치3을 공개하며 성능을 이전작보다 개선하고 자체 LTE 통신기능을 추가하면서도 두께와 크기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플이 웨어러블기기의 핵심인 휴대성과 디자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 애플워치 전용 프로세서와 통신모뎀칩, 블루투스칩 등 새로 탑재되는 초소형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설계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자체 통신기능을 적용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는 새 애플워치의 두배 가까운 크기였다”며 “기술적으로 뛰어난 발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그동안 AP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스템반도체를 외부업체에서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주요 반도체를 자체개발해 적용하는 비중을 점점 늘리고 있다.
아이폰 카메라의 사진품질을 높이는 데 쓰이는 이미지처리 프로세서(ISP)도 지난해부터 애플이 설계한 제품으로 탑재되고 있다. 애플은 향후 서버용 반도체와 자율주행 반도체까지 직접 개발해 신사업 진출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애플 아이폰X에 탑재된 AP 'A11바이오닉'(왼쪽)와 애플워치에 적용된 초소형 통신반도체. |
애플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의 성능이 외부에서 공급받는 제품보다 뛰어난 수준으로 발전한 만큼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최근 연간 12조 원을 넘을 정도로 급증했던 애플의 연구개발비 대부분은 반도체 기술확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투자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의 디스플레이와 디자인 등을 놓고 거의 변화를 보여주지 않아 삼성전자 등 경쟁기업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의 상징으로 꼽혔던 ‘혁신’이 멈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증강현실과 인공지능서비스, 웨어러블 등 신산업이 발전할수록 애플이 자체개발한 반도체의 성능우위가 경쟁업체와 격차를 벌리는 주요 원인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전문매체 와이어드는 “반도체 전문가들은 애플 반도체가 곧 아이폰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애플을 따라잡기 위한 삼성전자와 퀄컴 등 반도체기업의 추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