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MLCC와 반도체 기판 수주 확대와 가격 인상을 통해 2028년 영업이익 4조 원 달성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전기는 이미 수주한 2027년 MLCC 공급 물량만 2조 원을 넘어서는 데다, 엔비디아와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공지능(AI) 호황에 올라탈 기회를 잡았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부산, 세종, 베트남 등 기존 공장의 증설을 통해 공급량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와 베트남, 필리핀 신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5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올해 실리콘 캐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 인덕터 등으로 체결한 장기공급계약 규모가 4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내년에 공급하기로 약속한 MLCC 물량만 2조4천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MLCC는 전자제품 내부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부품이다. 회로에 흐르는 전류의 불규칙한 흐름을 제거하여 기기의 오작동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기의 MLCC 관련 최근 수주 공시는 MLCC 공급 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MLCC 단가 인상까지 반영되면 영업이익 개선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MLCC 수요가 폭증하면서 2027년 MLCC 가격은 올해보다 약 20%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AI 가속기의 사양이 높아지면서 MLCC 탑재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AI 서버는 전력 소모량이 크고 전원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일반 서버보다 MLCC 탑재량이 10배 이상 요구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VR200' 기준으로 약 50만 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MLCC 가격 인상률 기본 가정치를 2027년 전년 대비 +20%, 2028년 +30%로 상향했다"며 "AI 서버용 MLCC 수요 확대와 제한적인 공급 여력 등이 맞물리며 4차 MLCC 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 삼성전기의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이미지. <삼성전기> |
삼성전기는 지난 21일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장기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와 함께 세종·부산 사업장에 공동 투자를 진행해, AI 반도체 기판 전용 생산설비를 증설한다.
삼성전기는 지난 9월 4조27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세종사업장 내 반도체 기판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엔비디아가 약 2조6천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같은 고부가 AI 기판 이외에 메모리 기판 등 저부가 제품에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일 3605억 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용 기판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수요 증가에 따라 메모리 기판 수요가 공급을 대폭 초과하자 이례적으로 장기공급계약 체결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의 메모리 탑재량이 확대되면서 메모리 패키지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메모리 기판은 높아진 가동률에 판매가격 개선이 더해지면서, 그동안 낮았던 수익성이 정상화되는 구간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MLCC와 반도체 기판 모두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삼성전기가 2027년 영업이익 4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삼성전기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인 2조638억 원보다 2배가량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기의 기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2021년에 거둔 1조4869억 원이다.
이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3조 원에서 4조4천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주요 제품의 빠듯한 공급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더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장덕현 대표는 지금까지 여러 공식 석상에서 밝힌 대로 MLCC와 반도체 기판 수요 증가에 발맞춰 증설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하이엔드 수요가 증가하는 기회요인을 레버리지로 삼아 성과를 달성하겠다"며 증설에 박차를 가할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약 1조2천억 원을 투입해 필리핀 칼람바에서 건설 중인 MLCC 3공장은 이르면 2027년 1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생산량은 점진적으로 늘어나 증설에 따른 연간 생산능력 증가는 2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기판도 2027년 기존 라인의 보완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20~30% 확대하고, 2028년 3분기부터는 엔비디아용 신규 반도체 기판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2027년 20% 이상의 생산능력 확대를 목표로 4조~5조 원가량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며 "장기공급계약(LTA), 고객 선수금 기반의 역대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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