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주는 하반기 들어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었는데 증권가에선 메모리 기판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지며 삼성전기를 비롯한 국내 기판주 전반으로 온기가 번질 가능성이 나온다.
| ▲ 삼성전기 BGA 기판 공급계약 소식에 메모리 기판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
20일 증권업계 보고서를 종합하면 메모리 기판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며 국내 기판 업체 전반의 가격 인상과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권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ABF기판)에서 BGA 기판으로 공급 부족(쇼티지)이 확산되고 있다”며 “가격 사이클에 따른 BGA 기판업체들의 가파른 실적 우상향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19일 3605억 원 규모의 패키지기판 공급계약을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계약 상대는 북미 메모리업체로, 공급 물량의 대부분은 BGA 기판으로 구성되고 일부 SSD향 ABF기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GA 기판은 기판소재 중 하나인 비스말레이미드트리아진(BT) 수지와 유리섬유로 만들어 BT기판으로도 불리며 메모리와 소형 패키지에 주로 쓰인다.
반면 FC-BGA는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이라는 절연 필름을 쌓아 만든 기판으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와 인공지능(AI) 가속기 등 고성능 칩에 쓰인다.
ABF 기판은 이익률이 높아 그동안 기판 업체들은 ABF 기판 증설에 집중했고 BGA 기판은 상대적으로 증설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증권가에선 이번 계약을 메모리 기판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전환되는 신호로 해석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BGA 기판에서도 대규모 공급계약이 공시되며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이 확인됐다”며 “메모리업황의 구조적 업사이클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 기판업체들의 보수적 증설 기조로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도 이날 “그동안 기판 산업에서는 FC-BGA를 중심으로 증설이 진행됐다”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저사양인 메모리 기판에서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국내 메모리 기판 업체 전반으로 수혜가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 연구원은 “이번 삼성전기의 공급계약은 메모리 고객사들의 안정적 기판 물량 확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메모리 기판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패키지기판 업체들에게도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권 연구원도 “다른 BT 기판 업체에서도 BT 기판 중심의 장기공급계약(LTA) 소식이 나올 수 있다”며 관련 최선호종목으로 심텍과 대덕전자를 꼽았다.
심텍과 대덕전자는 전체 매출 가운데 BT 기판 비중이 각각 72%와 84%에 이른다.
| ▲ 증권가는 국내 기판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사진은 삼성전기의 반도체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이미지. <삼성전기> |
시장은 BGA 가격 상승이 국내 기판주의 새로운 주가 상승 동력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기판주는 올해 초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에 힘입어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주가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삼성전기 주가는 전날보다 1.28%(1만5천 원) 내린 115만5천 원으로 정규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올해 6월 기록한 52주 최고가 241만7천 원보다 52.21% 낮은 수준이다.
이날 또 다른 국내 대표 기판주 LG이노텍 주가는 3.55% 내린 40만7천 원으로 정규장을 마쳤다.
LG이노텍 주가는 52주 최고가 178만8천 원 대비 77.24% 급락한 수준이다.
심텍과 대덕전자도 각각 52주 최고가 대비 32.09%와 33.18% 내렸다.
증권가는 기판주들의 실적 개선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주가 반등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기 목표주가 175만 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대형 AI 모델의 성장성 둔화로 매출 전망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가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삼성전기의 영업이익 개선세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 속도를 주가가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양 연구원도 “대덕전자, 심텍, 코리아써키트 등 국내 주요 메모리 패키지기판 업체들이 내년 1분기까지 추가 판가 인상을 논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에 따른 실적 추정치의 추가 상향 여력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국내 주요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사들과 달리 BT 계열 기판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평균 판매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맞물리며 실적 성장세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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