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기준금리까지 오르면서 회복 여건은 더욱 녹록지 않아졌다.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기존 부실 해소가 늦어지는 데다 새로운 연체까지 발생할 수 있어 부실 관리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 상호금융권이 상반기 약 6조 원의 부실채권을 털어내고도 50조 원에 육박하는 부실 부담을 안고 있다.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은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건전성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부실 잔액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중앙회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합산하면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과 새마을금고의 올해 6월 말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48조33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5조5607억 원(13.0%)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했을 때 고정 이하에 해당하는 부실채권을 말한다.
이들 상호금융기관이 상반기 매각한 부실채권은 모두 5조7960억 원에 이른다. 약 6조 원을 털어내고도 남아 있는 부실채권이 그에 버금가는 규모로 불어난 셈이다.
업권별로는 농협의 고정이하여신이 지난해 말보다 3조1536억 원 늘어 증가액이 가장 컸다. 새마을금고 1조1753억 원, 신협 8661억 원, 수협 2320억 원, 산림조합 1337억 원 등 나머지 업권에서도 모두 증가했다.
부실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하반기 금리 인상은 상호금융권의 건전성 회복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연 2.50%까지 낮아졌던 기준금리는 두 차례 인상을 거쳐 연 3.00%로 높아졌다.
상호금융권은 금리 인상 이전부터 늘어난 부실을 정리하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 확대에 따른 추가 연체에도 대비해야 하는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다.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가 재산정되거나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면 상환 여력이 부족한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 부담을 대체로 감내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취약부문에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채무상환능력 저하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기업대출은 이미 연체율이 높아 차주의 이자 부담이 늘면 부실 해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6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신협 10.24%, 새마을금고 10.17%, 산림조합 9.07%, 수협 9.06%, 농협 7.98%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 0.68%과 비교하 10배 이상 높다.
기존 부실채권의 회수와 매각 여건도 녹록지 않다.
행정안전부는 새마을금고 관련 제출자료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경·공매 지연 등으로 부실채권의 적기 회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매각이 쉬운 부실채권이 먼저 정리되면서 매각 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남은 채권은 매수자를 찾기가 더 어려워 부실 정리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손실 부담이 남는다.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은 상반기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 모두 1675억 원의 손실을 봤다.
| ▲ 상호금융권의 부실 관리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 <연합뉴스> |
상호금융권으로서는 부실채권을 계속 보유하면 회수가 늦어지고 매각을 서두르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손실이 누적돼 수익성이 악화하면 신규 대출을 뒷받침할 자본을 확충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부실채권 정리와 함께 건전여신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실을 줄이는 동시에 정상적으로 상환되는 대출을 확대해야 연체율을 낮추고 수익 기반도 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건전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지역·서민금융 공급 확대까지 병행하기에는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고민이 뒤따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호금융권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한편 지역사회 기여와 연계를 위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동시에 건전여신을 늘려야 하지만 지역·서민금융 역할까지 확대하기에는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포용금융은 상호금융의 정체성에 맞는 방향인 만큼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지역·서민금융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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