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가 서로 다른 전략으로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3사는 시장 확대보다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제품군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갈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KT&G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1위 기반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고 한국필립모리스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새로 진입해 비연소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BAT는 반대로 한국 액상형 시장에서 자원을 줄이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20일 전자담배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확대일로에 있는 국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로스만스가 내린 답은 서로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KT&G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발을 넓히기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궐련형 전자담배 안에서 제품의 가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KT&G는 15일 '릴 토니노 람보르기니'를 출시했다. 기존 릴 제품과 다른 가열방식을 사용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용 스틱 '나우' 5종도 함께 내놨다.
약 3초 예열이 가능한 기술에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니노 람보르기니'를 결합했다. 권장소비자가격은 일반 제품 11만 원, 한정판 12만 원이다.
KT&G가 토니노 람보르기니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은 14년 만이다. 2012년 같은 브랜드를 적용한 일반담배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자담배 고급화에 활용했다.
이런 선택에는 국내 시장에서의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G의 2026년 상반기 국내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은 48.2%로 1위를 차지했으며 2분기 전자담배 매출은 242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8% 늘었다.
KT&G는 '릴 에이블 3.0' 판매 호조와 프리미엄 스틱 판매 비중 확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확보한 고객에게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과 스틱을 판매하는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내놓으면서 한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필립모리스는 8월 액상형 전자담배 '비브 인프라임'과 전용 포드 '비비 인프라임'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2017년 아이코스를 출시한 뒤 약 9년 만에 국내 비연소 제품군을 액상형까지 넓혔다.
비브 인프라임은 8월18일 아이코스 직영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같은 달 26일부터 전국 주요 편의점 약 1만4천 곳과 전자담배 전문점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이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이 궐련형 '아이코스'와 액상형 '비브', 니코틴 파우치 '진'을 함께 키우는 '멀티카테고리' 전략과 맞닿아 있다.
| ▲ 한국필립모리스가 국내 출시한 액상형 전자담배 비브 인프라임의 제품 이미지. (왼쪽부터) 비브 인프라임 글로잉 엠버, 말라카이트 그린, 오셔닉 블루, 오키드 마젠타, 슬릭 블랙. <한국필립모리스> |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의 2026년 2분기 액상형 전자담배 출하량은 1년 전보다 55.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순매출에서 비연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42%까지 높아졌다.
한국필립모리스로서는 아이코스로 궐련형 고객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에서 성장성을 확인한 액상형까지 고객 접점을 넓히는 선택을 한 셈이다.
반면 BAT의 계산은 달랐다.
BAT그룹은 2023년 천연니코틴 액상형 브랜드 '뷰즈'를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에 출시했다. 하지만 회사는 올해 상반기 실적자료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액상형 전자담배의 '저매출 시장'으로 규정하고 철수했다고 밝혔다.
BAT그룹의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지역 액상형 판매량은 상반기 20.2%, 고정환율 기준 매출은 28.2% 감소했다. 회사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철수가 감소폭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BAT그룹이 액상형 전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등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투자를 이어가되 한국처럼 매출 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는 자원을 빼는 선택과 집중에 가깝다.
국내에서 뷰즈 판매가 당장 모두 중단된 것도 아니다. BAT그룹의 국내법인인 BAT로스만스는 기존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룹 차원의 투자 방향은 철수 쪽으로 정해졌다.
대신 BAT로스만스는 8월18일 약 2년 만의 글로 신제품 '글로 하이퍼 프로 플러스'를 출시했다. BAT그룹이 한국을 주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으로 분류하는 만큼 궐련형 전자담배에 다시 힘을 싣는 모습이다.
세 회사의 선택이 갈리는 사이 액상형 전자담배의 규제 환경도 바뀌었다.
4월24일부터 시행된 개정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원료 범위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나 니코틴'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합성니코틴 제품도 담배사업법 적용을 받게 됐다.
다만 규제 변화가 필립모리스의 진입이나 BAT의 철수를 직접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브와 뷰즈는 모두 천연니코틴을 사용해 법 개정 전에도 담배로 규제됐다.
액상형 시장의 규제 틀이 정리되면서 담배회사들의 경쟁도 모든 카테고리를 넓히기보다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영역을 골라 자원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반담배의 자리를 전자담배가 빠르게 가져가는 가운데 국내 담배 3사의 경쟁도 '누가 전자담배를 하느냐'에서 '어느 전자담배에서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냐'를 고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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