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 정제마진 변동성이 큰 데다 리밸런싱(사업 재편)의 핵심인 2차전지 부진에서 오는 부담이 여전해 주주환원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 ▲ SK이노베이션이 사상 처음으로 올해 영업이익 10조 클럽에 가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잇달아 나온다. 지난해 연결실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10조 원을 넘긴 곳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차뿐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은 당초 예상보다 격화 및 장기화되는 중동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높아진 유가와 정제마진 등을 고려하면 올해 영업이익 10조 원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란전쟁이 개전 200일을 넘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사업인 정유업 정제마진이 올라 올해 역대급 호황기를 맞은 영향으로 평가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영업이익 10조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와 윤활유에서 각각 6조2천억 원과 2조2천억 원, 천연가스 사업에서 954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SK이노베이션에 영업이익 10조 원이 지니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이는 2022년 기록한 역대 최대 영업이익 3조9989억 원의 2.5배 수준에 이르며 지난해 SK온 관련 대규모 손실로 악화됐던 실적이 빠르게 정상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재무제표에는 SK온의 포드 합작법인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약 4조2천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반영됐고 그 결과 연결 순손실은 5조4364억 원으로 기록됐다.
영업이익 10조 클럽 달성에서 관건은 이란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차질과 정제마진 강세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가 꼽힌다. 현재 아시아 정유사들은 강한 정제마진을 바탕으로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4일 아시아 정유사들이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강한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정유공장을 최대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12월물 미국산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를 11월물보다도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 ▲ 올해 정제마진은 이란전쟁이란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유가와 함께 올랐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정제마진은 유가와 반드시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
다만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해서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의 차이로 결정되는 만큼 원유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마진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9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면 아시아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생산량이 늘면서 2027년 중반까지 정제마진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호실적을 눈앞에 두면서도 주주환원 확대에는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여전히 실적에 불확실성이 큰데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배터리 사업 관련한 부담도 여전한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차전지 자회사 SK온에 윤활유 분야 알짜 자회사 SK엔무브를 합병시킨데 이어 지난 8월말에는 2차전지 분리막 자회사 SKIET의 흡수합병 추진도 결정했다. 이와 함께 그룹 계열사 SK에코플랜트는 SK온의 설비 공사 등을 주로 맡던 SK에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은 주주환원을 둔 요구를 최근 강하게 받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SK온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 반영에 무배당을 결정했던 만큼 최근 추진하는 SKIET의 합병이 정유업 호조에 찬물을 끼얹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또 SK온은 2분기 8218억 원의 깜짝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3조4600억 원을 넘는다.
SK이노베이션은 주주환원과 관련한 요구를 인지하고 빠르면 올해 안에, 늦으면 2027년 초에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재로선 주주환원을 어떻게 진행할 지를 검토하면서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14일 SKIET 흡수합병 추진 관련 주주 설명회에서 “지난해보다 올해 영업 흑자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영향에 하반기 유가 변동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서 부사장은 “아직 차입금이 높아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신용등급 기준으로 아직 투자 적격 수준도 아니다”며 “주주환원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성장과 관련한 투자도 계획하고 있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시 한 번 주주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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