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0일 시민사회의 민간 정책협의체인 기후재정포럼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집행 방식 개편을 위한 토론회에서 "내년도 재정수입은 올해보다 약 30%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이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때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는 재정을 말한다. 전기차 보조금,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탄소 감축 기술 개발 연구 지원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크게 늘려 총 821조 원 규모의 슈퍼예산안을 편성한 만큼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효율 관련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에너지 효율 관련 투자는 사실상 실패할 확률이 없는 투자라고 볼 수 있다"며 "에너지 인프라 분야는 1조 원을 투입하면 못해도 1조 원 규모의 투자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투자 규모가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시장의 실패 때문"이라며 "이같은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재정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일 내년도 지출 예산안을 올해보다 약 12.8% 증가한 821조 원으로 확정지었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정부 세입이 약 올해와 비교해 약 30.4% 상승할 것을 염두에 뒀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돈이 있을 때 재정 지출을 녹색 산업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수석연구위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기후 대응과 연계되는 산업 분야로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한 것은 현재 정부의 기후대응 관련 예산 규모가 실제 필요분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고려됐다.
기후재정포럼에서는 자체 방법론을 적용해 '에너지 전환' '건물' '수송' 등 주요 3개 분야에만 한정해 2026년도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토론회에서 발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정부가 이 3개 분야에 약속한 정책 이행에 필요한 예산은 약 11조4729억 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편성된 금액은 4조6171억 원(약 40.2%)에 머물러 6조8558억 원이나 부족했다.
정부가 짠 전체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관련 편성액은 11조9560억 원으로 3개 분야에 필요한 금액 수준에 머물렀다.
'에너지 전환' '건물' '수송' 등 주요 3개 분야 가운데 필요분과 예산 편성액에서 격차가 가장 큰 분야는 건물 분야였다. 필요한 금액은 4조2231억 원인데 실제 편성된 금액은 단 3058억 원(약 7.2%)에 그쳤다.
에너지 전환 분야도 필요한 금액은 1조1601억 원으로 추산됐는데 편성된 금액은 3083억 원(편성률 21.0%)에 불과했다. 세 분야 가운데 가장 양호한 것은 수송 분야로 필요분 대비 예산 편성률이 69.2%를 기록했다.
이를 놓고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현황을 보면 구조적으로 증액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 <비즈니스포스트> |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 편성에 잘못을 지적한다기보다는 현재 예산보다 실제로 필요한 금액이 더 많다는 점을 짚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역시 내년도 재정 집행 계획을 내놓으면서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약 25.9% 늘려 15조6백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폭이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부처별로 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할당된 예산이 약 70%"라며 "다만 문제는 아예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은 부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기후 예산이라는 것은 단순히 한 부처가 특정 사업을 수행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정책에 동반되면 그것을 곧 기후 예산이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편성되면 예산을 받지 못한 부처가 아예 기후대응을 시행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보고만 안된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세부 재정 지출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명확히 나타낼 수 있도록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장 토론에 참석한 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제도의 적용 범위가 배출인지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출인지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시행할 때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사전에 심의하고 이를 재정 평가에 미리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배출인지 개념까지 포괄해야 국토교통부 같은 부처에서 전기차 보급량을 늘리면서도 공항 건설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량을 집계할 수 있다면 배출량을 미리 계측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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