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는 9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실시될 독립 감사위원 선출과 관련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이 치열한 표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 |
[비즈니스포스트] 오는 9일 열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의 표심 잡기 여론전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의 주요 안건은 독립이사(사외이사) 4인, 개정 상법 시행에 따른 분리선출 감사위원 1인을 각각 선출하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로 실시되는 독립이사 선출은 최 회장 측과 연합 측이 각자 2인씩 제안한 후보들이 무난히 이사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에서는 양측 후보 간의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회계·재무 상태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는 핵심 보직으로, 선출 시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견제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의석을 내주지 않으려는 사측과 이를 확보하려는 MBK·영풍 연합이 주총 직전까지 막판 세 결집에 나설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MBK·영풍 연합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과 관련해 연합 측 후보에 대한 지지를 지속해 호소하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후보로 사측은 백인규 단국대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를, MBK·영풍 연합 측은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을 내세웠다.
현재 지분 구조 상으로는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MBK·영풍 연합의 지분 분포는 △유한회사 와이피시 25.21%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 8.25% △장형진 영풍 고문과 일가친인척 4.98% 등 주요주주와 기타 계열사 6곳을 합쳐 41.13%다. 하지만 이들 모두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만큼 합산 의결권은 3%만 인정된다.
반면 최 회장 측 지분 분포는 △최 회장과 일가친인척 11.57% △크루서블JV 10.59% △한화H2에너지USA 4.76% △피23파트너스 2.01% △한화 1.14% △한화임팩트 1.79% △LG화학 1.88% 등이다. 각자가 최대 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 ▲ 오는 9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자리를 놓고 표대결을 벌일 고려아연 측 후보인 백인규 단국대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왼쪽)와 MBK·영풍 측 후보인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 <단국대학교, 타라클라이멧 재단> |
여기에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유럽 의결권 자문사 이건존스프록시서비스, PIRC,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한국ESG연구소 등은 최근 의안분석 보고서를 내고 백인규 후보에게 찬성을, 박유경 후보에게 반대를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기준원만이 박유경 후보에게 찬성을, 백인규 후보에 대한 반대를 권고했다.
다만 MBK·영풍 연합은 임시 주총 직전까지 주주들을 상대로 박 후보 선임의 정당성을 지속해서 알린다는 방침이다. 지분 5.44%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총합 14.17%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지난 3월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당시 국민연금기금은 고려아연 사측이 제안한
최윤범·황덕남·박병욱 이사 후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미행사' 결정을 내리고, 사측이 추천한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 선임안에는 반대표를 행사한 전례가 있다.
연합 측은 회계 분야의 단순한 전문성보다는 기존 회사 경영진과 특정 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감시와 견제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연합 측은 최 회장의 개인적 연관성이 의심되는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를 언급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의 초·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이사가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고려아연이 2019년부터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입한 5600억 원이 최 회장의 사적 유용 및 배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 감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게 연합 측 주장이다.
MBK·영풍 연합은 이날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비상장기업 3곳(하이헷, 슬링샷스튜디오, 아크미디어)에 투자한 690억 원 가운데 650억 원의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연합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투자에 앞서 최 회장과 일가 친인척들이 이들 비상장기업 3곳에 먼저 투자했던 점을 들어, 고려아연의 회사 자금이 최 회장 개인의 투자를 뒷받침하는 데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회사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의 출자자(LP)일 뿐이며, 개별 투자처 선정과 투자 의사결정은 운용사(GP)가 독립적으로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고려아연 측은 연합 측이 지난달 12일 MBK파트너스 홈페이지에 게시한 임시 주주총회 안건설명자료와 관련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에 나설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