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6-08-21 17: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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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재무당국의 진화 시도에도 다시 뛰어오르며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우량 회사채 발행과 일본계 자금의 자국 환류(리패트리에이션) 가능성 등이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선 미국 장기채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에서 "미국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로 하락세를 보였던 미 10년물 30년물 등 장기물 시장금리는 재차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이는 미 재무부의 대응만으로는 추세적인 금리 하락세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바라봤다.
20일(현지시각)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직전거래일보다 약 5bp(1bp=0.01%포인트) 오른 4.70%까지 올랐다. 같은 날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약 4bp 상승한 5.24%를 기록했다.
앞선 19일(현지시각) 미국채 금리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국채 바이백(재매입) 발표 계획을 밝힌 뒤 일시적으로 진정됐으나 하루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미국채 금리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상승 배경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첫째는 미국 우량 회사채 발행 급증이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8월 들어 1452억 달러까지 늘어나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전 최대 기록이던 2020년 136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김주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급증 등이 장기채 금리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테크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한정된 투자자 자금을 놓고 국채와 회사채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둘째는 일본계 자금의 자국 환류 가능성이다.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환헤지 비용 상승과 이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비용 증가로 해외에 투자됐던 일본 생명보험사·연기금 자금이 자국으로 되돌아올 유인이 커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미국 및 일본 국채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수십 년 이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일본 국채금리 추가 상승이 2022년 영국 트러스 총리발 금리발작과 같은 제2의 트러스 쇼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트러스 쇼크는 2022년 영국이 재원 대책 없는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국채금리 급등과 연기금 투매 파운드화 폭락으로 이어졌던 사건이다.
▲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2천조 원을 넘어섰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발 금리 상승은 국내 시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국채와 상대 수익률을 비교해 국고채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만큼,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국고채 금리도 동반 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발행하는 금융채 금리도 따라 오른다. 금융채 금리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금리의 준거금리로, 결국 가계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난 상황이라 대출금리 인상이 가계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천억 원이다. 이는 1분기 말보다 25조9천억 원 늘어난 것으로, 사상 처음 2천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우려 요소로 꼽힌다.
최근 AI 투자가 만든 상승장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늘었는데 글로벌 증시가 침체될 경우 손실 확대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채권 금리 상승이 AI 버블을 꺼뜨릴 방아쇠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8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20년 동안 3번의 증시 버블 붕괴는 모두 금리 상승이 촉발했다"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추세적으로 5.0~5.5%를 넘어설 경우 버블 붕괴 임계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미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불안감에 변동성 확대를 겪었다.
19일 코스피 지수는 5.80% 급락 마감했다.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전날인 18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인 5.31%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다만 올해 들어 금리 급등이 반복돼 왔던 만큼 시장의 충격도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구조적 요인으로 당분간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이미 시장 참여자들도 올해 내내 미 10년물 4.5%대 이상, 미 30년물 5.0%대 이상의 환경에 빈번하게 노출되며 일정 부분 고금리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