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카오는 21일 카카오를 신설 법인 '카카오AI'와 존속 법인 '카카오X'로 인적 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024년 7월18일 임시 그룹협의회에 참석한 모습. <카카오> |
[비즈니스포스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그룹의 대대적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카카오 그룹을 통째로 둘로 나누는 창사 이래 첫 대수술이다.
카카오는 2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인공지능(AI) 사업을 맡을 신설 법인 ‘카카오AI’와 투자 및 기타 사업을 총괄할 존속법인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을 신설 법인인 ‘카카오AI’로 떼어내는 것이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광고와 AI 서비스를 결합하고, 기존 자회사 관리 부담을 덜어내 AI 중심의 사업 성장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는 이날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자회사 관리라는 역할을 분리해 핵심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한 사업 구조가 갖춰졌다”며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드는 데 모든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존속법인은 사명을 ‘카카오X’로 변경하고, 금융(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의 지분 관리와 투자 사업을 전담한다. 본업인 카카오톡이 빠져나가면서 투자 전문 회사 성격이 한층 짙어질 전망이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자회사 성장 지원과 신성장 동력 발굴,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는 미래가치 투자 전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카카오는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 플랫폼 부문을 신설 법인 '카카오AI'로 분할한다고 21일 공시했다. 존속법인인 카카오X는 금융·콘텐츠 등 자회사 관리와 투자 사업을 맡기로 했다. <카카오> |
시장에서는 이번 카카오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과 실익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김범수 창업자의 지배력 강화나 승계 작업을 염두에 둔 본사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을 점쳐왔으나, 실제로는 2개의 독립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카카오X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선을 그었다.
회사는 AI 사업을 분할해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신속화하고, 신사업과 그룹 전체에 대한 기업가치 재평가를 인적 분할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미 수많은 자회사로 쪼개져 있는 구조에서 본업마저 인적 분할하는 실익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 주가는 7.49% 급락했다.
통상적으로 '카카오X'와 같은 투자, 지주회사 성격의 기업이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직원들의 반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오는 24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26일 단체행동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일 관련 소식을 접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두고 김 창업자가 과거부터 벤처 투자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점에 주목한다.
김 창업자는 과거 개인 투자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비롯해 벤처캐피털(VC) 카카오벤처스, 투자 전문 법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그룹의 중요한 축으로 육성해왔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는 "원론적 명분을 넘어 왜 굳이 AI 사업만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히 설명돼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AI와 투자라는 두 축으로 그룹을 재편하려는 창업자의 의중이 엿보이지만, 신설법인이 투자 전문사로 평가받으려면 대대적 (계열사) 정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