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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은 오너가 CEO' 대우건설 김보현, 연임 뒤 왜 4개월 만에 물러났나

박창욱 기자 cup@businesspost.co.kr 2026-08-10 13: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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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에서는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을 확정한 뒤 4개월 만에 전격 사퇴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좋은 실적을 거둔 데다 수주 전망도 밝다. 더구나 김 사장은 '오너가 최고경영자(CEO)'여서 이런 중도 사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실적 좋은 오너가 CEO' 대우건설 김보현, 연임 뒤 왜 4개월 만에 물러났나
▲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이 지난 3월말 연임 뒤 단 4개월이 경과한 시점인 지난 6일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김 사장이 중도 사퇴하게 된 배경으로는 가덕도신공항 공사의 수익성 악화 부담, 정원주 중흥그룹 회장의 2세 경영 체제 안착 준비, 지배구조 관련 법적 리스크 대비 등 다양한 사유가 거론된다.

10일 건설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대표직 용퇴 이전부터 김 사장을 놓고 '이르면 9월 이전에 중도 사퇴할 수 있다'는 풍문이 돌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구체적 사퇴 사유에 대해서는 이렇다고 할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김 사장이 임기 도중 사임할 것이라는 풍문이 업계에 돌았는데 현실화했다"며 "그 배경을 놓고 업계에서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실적도 좋고 수주 전망도 밝다"며 "더구나 김 사장은 오너가 일원인데 왜 임기 도중에 중도 사퇴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전격 사퇴를 놓고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나올 만큼 대우건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양호하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영업이익이 48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늘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수주 전망도 밝다. 대우건설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연초 제시했던 18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높여 제시했다. 

이를 놓고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수주 목표는 역대 최고 수주실적이었던 2015년의 1.9배 수준"이라며 "체코 두코바니 원전,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나이지리아 비료공장 등 다양한 후보군의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회사 실적이 궤도에 오른 데다 김 사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한 뒤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 사퇴하자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들이 건설업계에서 흘러나온다.

김 사장의 사퇴 배경으로 사업 측면에서는 성수4구역 재개발 수주전 실패,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의 손실이 예상되는 점 등이 거론된다. 

대우건설은 대형 도시정비 사업지인 성수4구역에서 롯데건설과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각종 논란에 휘말렸으나 결국 사업을 따내지 못했다.

또 대우건설은 현대건설이 포기한 가덕도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주간사 지위를 물려받았으나 다른 대형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중소형 건설사와 함께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비가 상승하며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대우건설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등에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원주 중흥그룹 회장에 대한 보고 체계에 잡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이 건설업계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런 사안들이 오너가 CEO가 물러날 정도로 중대한 문제까지는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김 사장 사퇴가 중흥그룹 2세 경영 체제 안착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흥그룹 창업자인 정창선 전 회장이 지난 2월 지병으로 별세한 뒤 장남 정원주 회장의 2세 경영 체제 안착을 위해 김 사장이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김보현 사장은 정 회장의 매형이다. 정 회장이 대우건설을 필두로 중흥그룹 2세 경영 체제를 안착시키는데 오너가 사위가 대표로 있으면 경영상 의사결정 구조가 다소 분산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중흥그룹이 지배구조 차원에서 사법 리스크를 지고 있다는 점도 김 사장의 전격 사퇴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우건설을 품기 이전까지 중흥그룹에서 핵심 계열사였던 중흥건설은 정원주 회장이 지분 100%를 쥔 중흥토건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년 동안 연대보증이나 자금보충약정 등 3조2천억 원가량의 신용보강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이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했다.

이에 중흥건설은 지난해 6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80억 원을 부과받았고 검찰에도 고발됐다. 그 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4월 첫 재판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공정위와 검찰에서는 정 회장이 지배하는 중흥토건이 중흥건설의 무상 신용 보강을 통해 쌓은 매출과 이익을 바탕으로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의 핵심으로 올라섰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재판과 관련한 보도를 보면 중흥건설은 중흥토건에 대한 무상 신용보강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2세 경영 체제를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흥건설이 이번 재판에서 유죄를 받는다고 해도 법인이 기소된 것으로 정 회장이 곧바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릴 일은 없다. 다만 정 회장은 중흥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서 중흥건설이 처벌받는다면 지배구조와 관련해 경영상 부담이 커질 공산이 크다. 공정위의 고발에 따른 수사 대상에서 정 회장은 빠졌으나 추후 추가 조사를 받을 여지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보현 사장은 2021년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인수단장을 맡은 바 있다. 중흥그룹이 지배구조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에 놓인 상황에서 오너가의 경영자가 핵심 계열사 대표로 있으면 지배 구조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건설업계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김보현 사장의 연임이 결정된 뒤 일어난 중요한 사건 가운데 사임과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는 사항은 중흥건설에 대한 재판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강석 부사장의 경력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실적 좋은 오너가 CEO' 대우건설 김보현, 연임 뒤 왜 4개월 만에 물러났나
▲ 김보현 사장 사퇴로 후임 대우건설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강석 부사장. 

이강석 부사장은 상무 직급에서 전무를 건너뛰고 일약 부사장으로 2단계나 승진하며 대표이사에 곧바로 내정됐다. 대우건설에 입사한 지는 30년이 넘었으나 임원으로서는 상무직급으로 관리지원실장과 대외협력단장 보직을 거쳤다.

대우건설에서 대외협력단은 대관업무와 공공수주, 홍보업무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대우건설이 앞으로 수행할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경력에서 이 부사장은 사내 다른 임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부사장은 관리지원실장으로서 대우건설 인수 태스크포스(TF)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오너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협력단 업무 경험으로 쌓은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흥건설 관련 사법 리스크가 대우건설로 번질 가능성을 적절히 방어하는 데 적임자이면서도 김 사장과 달리 전문경영인이어서 지배구조 리스크 문제에서는 상대적 자유로울 수 있다.

대우건설에서는 김 사장의 중도 사퇴를 놓고 비상경영 체제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 안착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김 사장은 사내이사로 있다가 2025년부터 대표를 맡았는데 업황 악화에 따라 이뤄진 오너가의 비상경영체제를 끝낼 때가 됐다는 의사를 연초부터 보였다"며 "상반기 실적이 안착한 것을 보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기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석 부사장은 김 사장 사퇴에 따라 현재 대표이사 대행을 맡고 있다.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를 거쳐 늦어도 두 달 안에 정식 대표에 취임하게 된다.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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