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가폭력 피해자에 역대 처음 대통령 직접 사과, 흰 장미 건네며 "책임엔 유효기간 없다"
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8-07 16: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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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폭력 피해자 7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가를 대표해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제주 4·3 사건이나 5·18 민주화운동 등 특정 과거사 사건의 국가기념식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사과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개별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위로와 사과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오찬은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열렸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에서 “해방 이후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국가폭력 사건의 피해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의 책임에는 유효기간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행사는 ‘국가가 기억하고, 국가가 책임지다’를 주제 아래 열렸으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송상교 진실화해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국가폭력 피해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1·2기 진실화해위 활동을 통해 국가폭력 피해 사실이 확인됐지만 국가 차원의 명예 회복 조치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피해자들이 초청됐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피해자들에게 흰 장미 한 송이씩을 직접 건네며 위로의 뜻을 밝혔다.
청와대는 흰 장미가 ‘순수’와 ‘평화’, ‘존중’,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며 피해자들을 향한 사과와 위로,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고 피해자들의 새로운 출발을 돕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과 인권 침해 사건 및 행위들을 언급하며 과거사 정리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는) 눈부신 성장과 발전의 역사이면서도 동시에 국가 폭력과 인권 침해로 국민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던 굴곡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한국전쟁 속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무참히 희생되었고,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침해해서 민주화를 요구했던 시민과 학생들은 탄압받았고, 강제 징집 녹화·선도공작과 전교조 해직 사건처럼 무리한 공권력에 의해 삶이 짓밟힌 국민도 참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삼청교육대나 서산개척단 사건 같은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은 물론이고, 사북 사건, 납북귀환어부 사건처럼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구금과 고문, 가혹 행위도 수없이 자행됐다”며 “이러한 상처는 그 시대에만 머물지 않고 특정한 개개인의 피해로 끝나지도 않는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시간만큼 억울함은 깊어졌고, 피해의 고통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고통의 대물림이 계속됐다”고 말헀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라는 해묵은 숙제를 더 이상 다음 세대에 떠넘길 수는 없다”며 “국가가 국민에게 남긴 상처를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치유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출범한 3기 진실화해위를 통해 기존 조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국가폭력 사건의 진상 규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진실화해위에는 조사3국을 추가로 설치해 형제복지원과 덕성원 등 집단수용시설의 인권유린과 해외 강제입양 사건까지 조사하기로 했다.
피해자의 신청에 주로 의존했던 기존 방식도 보완해 국가가 피해자를 먼저 찾아 나서는 적극적 조사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제3기 진실화해위는 전부 개정된 과거사정리법이 시행된 올해 2월26일 공식 출범했으며, 개정법은 국가폭력 피해자의 배상·보상과 명예 회복에 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대통령은 개정법을 토대로 국가폭력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에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기존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던 진실화해위 권고 이행 체계를 국무총리가 직접 총괄하도록 격상했다고 설명했다.
김춘삼 동해안납북귀환어부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대표와 윤병선 전교조원상회복추진위원장 등 참석자들은 이날 오찬에서 진실 규명 이후에도 배상과 보상을 받으려면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지원을 요청했다.
서산개척단 사건 피해자인 정영철씨는 “오늘 새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납북귀환어부 사건 피해자인 신평옥씨는 “지나간 세월을 다시 돌려받을 수는 없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로 이제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